10만개 기업에 "포장재 사전 검사하라"..유통업계 "날벼락"

이선목 기자 입력 2021. 2. 18. 17:12 수정 2021. 2.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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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윤미향 대표 발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상정
모든 제품 포장 사전 검사 후 표시 의무… 대상 기업 10만여곳
위반 시 ‘형사 처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업계 "비용 부담, 신제품 출시 지연, 사전 유출 등 우려" 거센 반발

정부와 여당이 식품, 화장품 등 제품 포장재를 사전에 검사받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유통업계가 추가 비용 부담과 신제품 출시 지연 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서울에 있는 한 편의점 내에 다양한 과자들이 진열돼 있다./조선DB

법안에 따르면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이 정한 전문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 재질, 포장 공간 비율, 포장횟수, 검사일, 전문검사기관명 등을 표시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포장 재질, 포장 방법 등 겉면 표시를 권장하고 있지만 강제하지 않는다.

법안 적용 대상은 신제품을 포함해 기존에 출시된 음식료품·화장품·세제류·문구·완구·잡화류·의류와 휴대용 소형 전자제품 등이다. 사실상 모든 제품 포장재에 적용되는 것으로 대상 기업이 10만곳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 후 2년 내 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 표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에 업계에선 "날벼락"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대한화장품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국회와 환경부에 제출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포장재에 이런 정보들을 표시하는 것이 ‘환경 보호’라는 최종 목표에 어떤 긍정적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포장재가 없는 제품은 없는데, 모든 제품에 대한 검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 규제가 신제품 출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에만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1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신제품 출시에 영향이 클 거란 우려에서다.

제과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포장재 사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두 곳뿐"이라며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추가 비용을 비롯해 이를 위한 설비나 인력 등을 고려하면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 비용이 증가하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비용도 부담 요소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한 품목당 검사비는 5만~6만원 선이다. 세트로 구성되는 제품의 경우 30~40만원까지 든다. 현 화장품 품목이 23만 여개에 신제품이나 제품 리뉴얼 출시가 매년 30% 정도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가 검사 비용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260억~28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신제품 사전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법안에 따르면 신제품 출시 전 포장재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검사 기관에 보내는 과정 등에서 제품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액체류가 많은 화장품 특성상 사전 검사에서 포장 규정을 통과하더라도 유통 과정이나 기온 등 환경적 요소 때문에 제품 출시 후 부피 등이 변하면 업체는 ‘포장 공간 비율’ 표기를 거짓으로 표기한 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충격에 약한 과자 등 식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환경부는 업계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전날 전체회의 직전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업계의 우려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결과를 국회 법안 심의에 참고할 수 있도록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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