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가 웹드라마 만든다.. 이젠 PPL 아닌 '콘텐츠 커머스'

변희원 기자 2021. 2. 19.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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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제품 소재로 콘텐츠 만들어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전략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브랜드 한섬이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300만뷰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가 방영된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한섬 매출은 전년 이맘때보다 2배 이상 뛰었다. 회사 측은 시즌 2 제작을 검토 중이다. 온라인 패션 유통 기업 무신사는 자체 방송 채널 ‘무신사 TV’에서 올 초부터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제작한 패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기아자동차는 CJ ENM과 손잡고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THE K9’를 홍보하는 인물 다큐를 만들었다.

의류 회사가 드라마를, 자동차 메이커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사 제품을 소재나 주제로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핸드메이드 러브의 경우, 주인공을 재단사로 설정하고 ‘옷이 사람을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한섬의 의류 제품을 알리고 있다. PPL(간접 광고)이나 실시간 동영상과 채팅을 결합한 라이브 커머스와는 또 다른 형태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까지 하는 ‘콘텐츠 커머스’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12월부터 유튜브에서 방영돼 인기를 얻은 웹드라마 '핸드메이드러브'(사진 위)의 한 장면. 재단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웹드라마는 패션기업 한섬에서 만들었다. 배우와 마네킹에 입혀진 옷은 모두 한섬 브랜드다. 기아가 CJ ENM과 함께 만든 인물 다큐멘터리 '내가 가는 길은'(사진 아래)에서 백희나 동화작가가 기아 K9을 탄 채 설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유튜브

◇자동차 회사에서 다큐, 패션 회사는 웹드 만들고

콘텐츠 커머스는 1~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효시 격이었다. 유통 회사(CJ오쇼핑)와 콘텐츠 플랫폼(tvN)을 다 가진 CJ ENM이 출연 배우들에게 CJ오쇼핑 패션 브랜드의 의상을 입게 한 뒤 드라마와 같은 이름의 기획전을 열어 의상을 판매한 것이다. CJ오쇼핑은 이 행사 하나로 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패션 분야에서 시작한 콘텐츠 커머스는 다른 업종으로 확산했다. 기아는 CJ ENM과 제작한 인물 다큐멘터리 ‘내가 가는 길은’ 두 편을 각각 지난 12월과 1월 유튜브에 공개했다. 지난 1월 20일에 공개한 동화작가 백희나 편에선 백 작가가 새 작품 작업을 하기 위해 기아의 K9을 타고 함백산 만항재 설원을 주행하고, 차 안에서 설경을 그린다.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연합회 등이 공동출자한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해 도내 중소기업 제품 홍보를 위해 제작한 웹드라마 ‘위험한 참견’에서는 중소기업 40군데의 만두, 반찬, 화장품 등 제품 62개가 등장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오는 3월 초에 또 다른 웹드라마를 내놓을 예정이다. 골프용품 업체 야마하 골프는 지난 17일부터 유튜브에서 웹드라마 ‘스윙 아이즈’ 를 공개했고, LF는 패션 유튜버 오디션 ‘내일부터 나도 유튜버’(내나유) 참가자 모집을 지난 3일 마쳤다.

◇‘뒷광고’보다 대놓고 하는 ‘앞광고’가 낫다?

콘텐츠 커머스 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핸드메이드 러브’ 방영 기간 한섬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었다. 특히 20~30대의 구매액이 149%나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4월 드라마 제작 회사 두 곳을 인수한 것도, 콘텐츠 커머스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금까지 특정 브랜드 제품이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방식은 주로 PPL이었다. PPL은 드라마·영화 제작사가 만들기로 한 콘텐츠에 협찬 형태로 제품이 등장한다. 제품을 위해서 만든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나 영상 흐름과 맞지 않아 논란이 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최근 ‘여신강림’(tvN)이란 드라마에선 여자 주인공이 카페에서 만난 남자 주인공에게 중국 브랜드 훠궈를 권유하는 장면을 방영해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PPL 형태의 홍보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뒷광고’ 논란까지 빚었다. 광고비를 받고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애초에 제품을 내세운 콘텐츠 커머스는 대놓고 광고·홍보하는 걸 선호한다고 해서 ‘앞광고’라고도 불린다.

콘텐츠 커머스는 최근 유통업계에서 유행하는 라이브 커머스와 타깃 소비자층이 다르다.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소비자와 교류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특정 제품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목적형 소비자들이 찾는다. 이와 달리 콘텐츠 커머스는 콘텐츠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게 되는 발견형 소비자가 타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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