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 한파 인한 정전사태 사흘째..전력·식수·식량난 심화 [인더머니]

2021. 2. 1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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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뜰어내고 벌목해 불 때..식자재 공급도 붕괴 현상
눈녹여 설거지·화장실 용변..분노한 민심 "위기대응 실패로 고통"
8개주 최소 38명 사망..극단적 난방 자구책에 일산화탄소 중독 경보 발령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산마르코에서 한 주민이 기록적인 한파로 인한 발전시설 가동 중단으로 최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촛불로 전등을 대신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기록적인 한파로 인한 발전시설 가동 중단으로 최악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에서 식수와 식량난까지 겹치며 주민들이 3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는 나흘 연속 정전 사태가 이어졌다.

정전 피해는 한때 450만가구에 달했지만, 차츰 복구가 이뤄지면서 현재 55만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완전 복구가 아닌 순환 정전이 반복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가시질 않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력 복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한파가 계속돼 앞으로 이틀 동안 순환 정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민은 냉기가 서린 집을 나와 승용차에 시동을 켜고 몸을 데운 뒤 잠을 청했고, 바비큐 그릴과 가스스토브, 심지어 촛불까지 동원해 난방을 시도했다.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내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 목각 장난감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땔감이 부족해지자 나무를 직접 벌목하는 사람도 있었다.

텍사스주 중부 킬린에 거주하는 엔젤 가르시아는 “장난감 나무 블록을 벽난로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은 현재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 여기 많은 사람은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서 불을 피우고 있다”고 울먹였다.

KP 조지 포트벤트카운티 지역 판사는 “많은 사람이 차 안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엉망진창”이라고 호소했다.

텍사스주는 정전 사태도 모자라 식수, 식량난까지 가중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에 따르면 수도관 동파와 정수장 가동 중단, 수압 저하 등으로 주민 1200만명에 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당국은 또 주민 700만명에게 식수 오염 가능성을 대비해 물을 끓여 먹으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이미 많은 주민이 화장실 용변기, 설거지 용도로 눈을 녹여서 사용하고 있다.

크레스트뷰에 거주하는 스미스 팬더는 “생수가 떨어지면 눈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주전자와 냄비에 눈을 담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브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현재 도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물 한방울이라도 쓸데없는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 2∼3일간 에너지와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량난도 텍사스 주민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정전으로 식료품점 냉동고 가동이 중단되면서 곳곳에서 식자재가 상했고, 유제품 유통망도 끊어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물을 공급받고 있는 모습. [A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때와 버금가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식료품점 선반이 텅 비었다는 주민들 증언이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텍사스주 농업담당 부서는 코로나19 위기 당시의 식자재 공급 붕괴를 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샌안토니오에 거주하는 클로디아 레머스는 많은 식료품 가게가 문을 닫았다며 그나마 문을 연 가게에서도 음식을 사려면 30분 동안 줄을 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텍사스 주민들은 음식이 있더라도 데울 방법이 없어 과자와 육포, 샌드위치 등으로 허기를 때우는 지경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많은 주민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자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텍사스 주민 필립 셀리는 “아내, 생후 11개월 아이와 함께 춥고 어두운 방에 앉아있지만, 이곳의 리더들은 답이 없다”며 “앉아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임신 중인 아내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목욕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정전사태 등을 두고 서로 싸울 게 아니라 자신을 손가락질해야 한다. 그들은 위기 대응에 실패했고,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애들러 오스틴 시장은 “사람들은 화가 났고, 혼란스럽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미국을 꽁꽁 얼린 한파로 현재까지 8개 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화재, 저체온증,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최소 3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민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극단적 방법으로 난방을 하려다가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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