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안하겠다는 의사와 간호사, 발언 그대로 옮긴 sbs 보도

임병선 2021. 2. 19. 05: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 8뉴스 한 장면.

18일 저녁 SBS 8뉴스를 시청하다 정말 놀랐다.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인데 맞지 않기로 했다며 “임상시험 중에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을 저도 최근에 확정된 후에 알게 됐거든요.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는 상태라서” 접종을 거부했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었다. 어느 간호사는 “식약처장님이나 질병청장님께서 입증을 해주신다고 하면 (접종하는 방법을)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고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방역당국자들이 먼저 접종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조 기자는 정부의 오락가락 백신 정책이 불신을 키웠다면서 앞의 간호사가 “원래 화이자나 모더나일 경우에는 요양병원이 먼저가 아니었잖아요. (아스트라제네카로 바뀌니) 우선순위가 (요양병원으로) 바뀐 거에 대해서도 내가 실험대상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발언한 것을 소개했다. 같은 병원 같은 구역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4명 모두 신청마감일인 지난 17일까지 접종 동의서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는 26일부터 노인요양시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일부 병원에서 접종을 강요하자 저항이 거세다며 다른 간호사가 “부작용이 생기면 병원 측에서 보장해 줄 것도 아니고 사실 저는 (병원장이 업무 배제 요구한다면) 사직서 쓰려고 한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조 기자 역시 의료진의 접종 거부가 일반인들로 확산할 조짐까지 있다는 것이란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한 대형 노인요양병원 자체 조사 결과 의료인을 포함한 종사자 중 접종 거부율은 22%였지만, 65세 미만 입소자 중에는 29%나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의사들은 의무 접종을 반대한다며 코로나 백신 전체를 불신하는 성명서를 냈는데 사흘 만에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관계자 1417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 기자가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여러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을 비교하고, 불신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앵커와 문답으로 풀어나가면서도 백신만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란 영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며 강조했다.

일부 접종에 반대하는 의료진이 그런 두려움이나 불신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의료인이라면 직업 윤리적인 측면에서라도 그런 두려움을 밖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고 돌아볼 일이 많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들에게 백신을 우선적으로 맞히려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가장 취약하고 치명적인 일을 당할 가능성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65세 이상 환자들을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이러스를 옮겨 어르신 환자들을 죽음에 몰아넣을 위험이 본인들이 백신을 맞아 부작용에 영향 받을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하기에 우선 접종하려는 것이다.

집단면역이 얼마나 중요하고 백신 접종 우선 순위에 요양시설 종사자들이 첫손 꼽히는 이유를 모를 리 없는 의료인들이 어찌 이런 점을 이렇게 쉽게 간과하고 일반인처럼 아무렇게나 의견을 밝히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의료인들은 개인의 자유 운운하는 철부지 10대가 아니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그 의무가 무겁긴 하지만 그 직업을 선택한 이상 철부지 10대처럼 굴어선 안된다.

앞의 간호사들이나 모든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서명한 의사, 약사들처럼 모두가 행동한다면 우리는 남은 인생을 계속 마스크 쓰고 살아야 한다. 심하게 얘기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며칠 전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가 “조만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훨씬 심각한 논란들이 넘쳐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런 일이 그런 예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제발 의료진들이 스스로 의료인의 길을 왜 택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