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용궁" KBS 궁색한 거짓말..'일본성' 원본 찾았다

이가람 2021. 2. 19. 1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조선팝 어게인'에서 등장해 논란이 된 일본풍 건축물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이미지. 이미지 하단에 영어로 된 설명에는 '일본성'이 명시돼있다. [셔터스톡 홈페이지 캡처]

KBS가 지난 11일 설 특집으로 방영한 퓨전 국악 프로그램 ‘조선팝 어게인’의 ‘왜색 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대 배경에 등장한 일본풍 건축물에 대해 “일본성을 복제한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과 배치되는 원본 이미지가 발견되면서다.


“일본성 복제 아냐” 해명한 KBS

지난 11일 KBS가 설 특집으로 방영한 '조선팝 어게인'에서 무대 배경으로 일본 전통의 건축 양식인 '천수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본 전통의 성(城) 건축물 양식인 ‘천수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조선팝 어게인’의 무대 배경에 등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18일 KBS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제작진 측은 “존재하지 않는 ‘용궁’이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와 애니메이션 등을 참고해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적합한 품질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된 용궁 이미지는 상상 속의 용궁을 표현한 이미지”라며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copy·복제)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원본 이미지엔 ‘Japanese castle’(일본성)
이런 제작진의 해명과 달리 무대 배경에서 논란이 된 일본풍 건축물의 이미지는 원본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해당 이미지는 각종 사진과 이미지를 판매하는 홈페이지에 ‘일본성’ ‘일본 사원’ 등의 이름으로 등록돼있었다. 통상 개인과 기업·단체들은 이곳 홈페이지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사진과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KBS '조선팝 어게인'에서 논란이 된 일본풍 건축물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는 관련 홈페이지에 일본과 관련한 이미지와 함께 등록돼있다. [셔터스톡 홈페이지 캡처]


이 홈페이지에서 ‘Japanese castle’(일본 성), ‘Japanese temple’(일본 사원)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벚꽃이 있는 분홍색 배경에 방송에서 논란이 된 일본풍의 건축물과 동일한 그림이 그려진 이미지가 나온다. 당시 무대 배경에 등장한 2개의 건축물은 모두 이 이미지 한장에 담겼다. 제작진이 이를 참고해 용궁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미지 하단에 영어로 된 설명에는 ‘Japaneses old castle’(일본 고성(古城))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제작 과정에서 몰랐을 리 없어”

지난 11일 KBS가 설 특집으로 방영한 '2021 국악동요 부르기 한마당'에서도 무대 배경에 논란이 된 일본풍 건축물이 등장했다. [KBS 홈페이지 캡처]

이를 두고 한 방송 관계자는 “원본 이미지에서 배경을 제거하고 건물 부분만 다시 활용해 용궁 이미지를 만든 것 같다”며 “원본만 보더라도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일본성을 의도적으로 카피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저작권 문제에 민감한 공영방송사의 CG 제작팀이나 무대 연출을 맡은 외주 업체가 출처 확인도 없이 이미지를 차용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제작진이 일본 건축물임을 몰랐을 리는 없다”고 말했다.

왜색 시비에 휩싸인 ‘조선팝 어게인’은 방영 취지가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한 이른바 ‘조선팝’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얼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의 파장은 더 컸다. 같은 날 방송된 KBS1 TV ‘국악동요 부르기 한마당’에서도 무대 배경에 동일한 일본성 이미지가 나왔다는 논란도 더해졌다.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의 얼을 보여주겠다던 KBS의 얼이 빠진 듯한 실수 때문에 고향에 가지 못한 국민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