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불쏘시개인 양강지풍 피해, 올해는 사라지나..강원도 산림 부산물 치운다

박진호 2021. 2. 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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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대형 산불 ‘트라우마’ 주민들 긴급 대피

지난 18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에서 발생한 불이 점차 산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양양군


강원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산림 6.5㏊를 태우고 6시간 만에 꺼졌다. 19일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0시17분쯤 양양군 사천리의 한 창고에서 시작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졌다.

불이 나자 산림당국과 소방당국 양양군, 경찰, 군부대 등 인력 1000여명이 현장에 출동했고, 펌프차 등 장비 60대가 투입돼 이날 오전 4시15분 진화작업을 마쳤다. 이 불로 사천리 인근 40가구 주민 84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고, 창고와 주택·차고 등 6채가 전소하거나 부분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사천리 주민 박윤심(54·여)씨는 “2005년 양양산불 당시와 바람 방향이 비슷해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며 “다행히 산불이 민가를 피해 야산 쪽만 태우고 진화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불이 난 양양읍에선 2005년 4월 대형산불이 발생해 산림 973㏊를 태우고 사흘 만에 진화됐다. 당시 불이 낙산사로 번지면서 문화재 22점이 소실되고 168세대 418명의 이재민일 발생했다. 산불 피해액만 135억에 달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자 낙산사 측은 불상 등 문화재를 차량으로 옮긴 뒤 대피 준비도 했다.


이번에도 낙산사로 번질까 ‘노심초사’

지난 18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에서 발생한 불이 점차 산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 양양군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양양지역의 습도는 35%로 건조경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또 초속 5m 내외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더욱이 화재가 야간에 발생해 헬기를 현장에 투입할 수 없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 및 뒷불감시를 위해 소방 및 진화 차량, 인원을 배치하는 한편 대응 2단계를 유지 중이다. 양양군도 직원 3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혹시 숨어있을지 모를 불씨를 찾는 등 뒷불을 살피고 있다.

강원도는 봄철이면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불어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동해안 지역의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산림 부산물을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3월 31일까지 속초·고성·양양 등 3개 시군의 산불 발생 위험지 87곳 208㏊에서 부산물을 사전에 제거하는 등 산불 예방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양간지풍은 봄철 양양과 고성(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대형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이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면서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된다. 2019년 4월 속초·고성, 강릉·동해 산불 때도 양간지풍이 불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박용식 도 녹색국장은 “애물단지인 산림 부산물의 사전 제거와 동절기 진화용 담수지의 상시 확보 등 산불 예방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간지풍’ 부는 날 대형산불 위험 커져

지난 18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에서 발생한 불이 점차 산으로 번지고 있어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서는 모습. 사진 양양군


이와 함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9∼20일 강원 영동지역에 초속 10∼20m, 순간최대풍속 초속 30m 이상의 거센 바람이 예상됨에 따라 대형산불위험예보를 발령했다. 동해와 삼척은 대형산불위험 경보, 고성·속초·양양·강릉·태백·인제·정선·경북 봉화·울진·영덕·영양·포항·안동·청송·울진·경남 고성·부산에는 주의보가 각각 발령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 예측·분석센터가 동해안 지역 산불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19일부터 전형적인 양간지풍의 영향권에 놓이게 돼 산불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산불은 풍속 초속 6m, 경사 30도의 조건에서 무풍, 무 경사 조건과 비교해 확산 속도가 79배까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작은 불씨도 대형산불로 번질 위험이 큰 만큼 산림 가까운 곳에서 쓰레기나 농업 부산물을 태우는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양·대전=박진호·김방현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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