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 임원들 '인보사 성분조작' 무죄.."식약처 검증 부족"(종합)

김규빈 기자,이장호 기자,온다예 기자 2021. 2. 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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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는 '뇌물공여' 일부 유죄로 벌금 500만원
법원 "식약처, 검증에 더 큰 의무..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안돼"
허위자료를 제출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조모 상무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이장호 기자,온다예 기자 = 허위자료를 제출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 허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소속 임원들이 '인보사 성분조작' 혐의에 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권성수 임정엽 김선희)는 19일 오전 11시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연구소장 김모 상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코오롱생명과학 의학팀장 조모 이사는 식약처 연구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먼저 재판부는 김 상무와 조 이사가 실험용 쥐 10마리 중 3마리에서 악성종양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식약처에 알리지 않은 점, 김 상무 등이 임상 실험 결과와 다르게 보고서에 기재한 점, 식약처가 종양원성이 있는 인보사를 신약으로 허가하기 위한 논의를 전혀 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공무집행 방해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식약처가 검증 과정에서 더 큰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해, 법리상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관청이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제조사인 인보사 측에서 제출한 소명자료를 그대로 믿고 처분을 했다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판례"이라며 "품목허가·개발 초기 과정에서 식약처의 검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이 유전자와 연관된 신약의 경우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데, 식약처 측에서 충분한 심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나 식약처는 1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에서는 '위해가 크다'고 부적절 의견을 냈는데, 이후 대부분의 구성원을 바꾼 2차 약심위에서는 '허가' 의견을 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전자 14개가 제 위치에 삽입됐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에 반하지만, 인보사의 안전성에 중대한 위해가 초래됐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다"며 "방사선 조사량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며, 이 역시 품목허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김 상무와 조 이사가 미국에서 임상 승인을 받았다는 허위자료를 지난 2016년~2017년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해 수십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수령 했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연구재단 측에서도 해당 임상시험이 완료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 평가위원들이 기망 당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실제로 김 상무 등은 연구과제 중 일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했다"고 부연했다.

김 상무는 '인보사 케이주' 소개책자를 제작할 당시 '인보사가 무릎관절 치료에 도움이 되고, 관절형성에 도움이 된다'며 과장·거짓 광고를 했다는 혐의(약사법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료법상 전문의약품은 의사들을 상대로만 광고를 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이 해당 브로셔를 보고 심각한 오인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조 이사로부터 7회에 걸쳐 175만원을 받은 혐의(수뢰후부정처사)로 재판에 넘겨진 전 식약처 공무원 김모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175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처신에 주의를 하지 않고,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바이오 신약에 대한 업무에 종사하며 뇌물과 향흥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 이사 역시 인보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몇년에 걸쳐 175만원을 지급했다"며 "조 이사의 죄책 역시 가볍지 않으나, 이는 인보사의 품목허가에서 특혜를 받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품목허가에 대한 상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난 후 '무죄를 받았는데 심경이 어떻느냐'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았는데 심경이 어떻느냐'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상무는 "좋은 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코오롱 생명과학의 고소대리인인 법무법인 오킴스 소속 엄태섭 변호사는 "코오롱 생명과학의 위계행위는 전부 인정이 됐다"며 "식약처가 코오롱 생명과학의 위계행위를 충분히 조사하지 못해 (임원들이) 유죄로 인정되지 못했다. 향후 민사소송에서 집중으로 다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3시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식품의약안전처를 상대로 낸 제조판매품목 허가취소 처분 취소소송 판결도 선고할 예정이다.

조 이사 등은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보사에 대한 국내 판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2액세포에 관한 허위자료를 제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을 75%,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을 25% 비율로 섞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인보사는 미국에서 임상시험 2상까지 진행됐으나 3상을 진행하던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보사의 성분 중에 있어야 하는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형질전환 신장세포로 뒤바뀐 사실이 발견됐다.

또 식약처의 자체 시험검사·현장조사와 미국 현지실사를 종합한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내고 허가 전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2019년 5월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같은 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코오롱생명과학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1심 결심공판에서 김 상무와 조 이사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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