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兆 투자한 강릉·삼척발전소..손해 떠안고 '강제폐업' 될 수도

강경민/이지훈 2021. 2.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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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발전소는 이미 완공 눈앞
강릉·삼척만 공사 진행률 낮아
정부, 매몰비용도 '후려치기'
<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운명은… >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중공업 등이 출자한 삼척블루파워가 강원 삼척시 맹방 해변 인근에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한경DB


집권여당이 발전기업 사업권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법률안 제정을 강행하는 것은 ‘탈(脫)석탄·원전’을 통한 빠른 에너지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업 포기 대가로 발전사업자가 투자한 비용을 일부 보전해주는 조항도 법안에 담았다. 발전업계 반응은 차갑다. 정부가 언제든지 사업권을 박탈할 수 있는 ‘강제 폐업권’을 가진 상황에선 안정적인 발전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업포기 대가로 주겠다는 지원금도 실제 매몰비용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단 위기 맞은 강릉·삼척발전소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신서천화력 △고성하이화력 1·2호기 △강릉안인화력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총 7기다. 원전은 오는 8월 준공을 목표로 경북 울진에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를 포함, 4기가 건설 중이다. 국내에서 건설되는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5·6호기는 울산 울주군에 건설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다가 2017년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재개됐다.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신규 석탄·원전 건설계획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전문가 공청회를 거쳐 수립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석탄·원전 비중을 줄이되,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짓고 있는’ 발전소는 계속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되면 정부가 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공정률이 낮은 강릉과 삼척석탄발전소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과 시민단체가 두 발전소 건설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발전소는 공정 진행률이 95%가 넘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강릉과 삼척발전소의 공정 진행률은 각각 67%와 36%에 불과하다. 두 발전소를 직접 겨냥한 법안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발전소 건립에 차질이 빚어지면 정부는 2034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 계획을 담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특정 발전소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법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사업 철회권한을 법제화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찬성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폐로 몰린 석탄사업

지난해 10월 탈석탄 선언을 한 삼성물산은 강릉발전소를 마지막으로 석탄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에너지의 모회사인 포스코도 지난달 말 콘퍼런스콜에서 “예정된 일정대로 가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업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공공 이익’이라는 요건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며 “헌법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인허가를 내준 사업을 추후에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다만 석탄사업이 현 정부 들어 적폐로 몰리면서 여당과 환경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정부의 지정취소 권한까지 법제화되면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릉안인 1·2호기의 총투자비는 5조6000억원으로, 지금까지 절반가량이 투입됐다. 삼척 1·2호기 투자비는 4조9000억원이다. 이 중 55%인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사업이 중단되면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은 매몰비용이 된다. 수천 명의 건설인력 일자리도 없어지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사라진다.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은 대기업뿐 아니라 수십 개의 협력업체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에 돈을 댄 재무적 투자자(FI)도 손해를 보게 된다.

여당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의원은 “발전사업자와 지역 주민에 대한 현금 지원을 법제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전문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원 규모를 확정한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바라보는 투자비와 기업이 산정하는 투자비 간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지역 주민을 위해 발전소 인근에 조성한 산업단지 건설 등 ‘민원 비용’도 투자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반면 여당과 환경단체들은 발전소 건립과 무관한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최종 지급되는 금액은 실제 매몰비용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게 발전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에선 “사업 취소가 현실화하면 취소 적정성 여부와 지원금 등을 놓고 정부와 기업 간 대규모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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