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나랏빚 1000조인데 국민 위로금?

김기환 입력 2021. 2. 22. 00:03 수정 2021. 2. 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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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 멀었는데 위로 거론
선거 앞두고 발언, 진정성 의문
"국민에게 빚 지우며 선심 쓰나"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9일 발언이 순순한 위로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 개인의 돈이라면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 있을까. 내가 낸 세금으로 나를 위로한다니 이상하지 않나”(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피 같은 세금을 최대한 아끼고 효과 높은 곳에 써서 국민이 원래 그 돈으로 썼을 때보다 효과가 더 커야 한다”(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매표(賣票)용 재정정책이 될 수 있다”(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주말새 곳곳에서 지적이 쏟아졌다.

이는 ‘위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다. 먼저, 무엇으로 위로하느냐는 문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비상금’ 성격의 목적 예비비까지 다 끌어 썼다. 나라 곳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국민에게 잔뜩 빚을 지우고선 선심 쓰듯 위로하겠다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위로를 언급한 시점도 부적절했다. 코로나19 종식(집단면역 70% 수준)은 아직 멀었다. 정부 계획대로, 차질없이 전 국민의 90%가 백신 접종을 마치더라도 최소한 올해 11월은 되어야 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늦은 백신 접종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며 “내년에야 가능할 일상생활 복귀를 한참 앞두고 늑장 백신 접종에 대한 사과 없이 위로금 지급부터 언급하는 건 희망 고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 국민을 위로할 수 있을지 ‘효과’가 의문이다. 통계청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22조원 이상 풀었지만 4분기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어려운 사람을 위한다는 데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진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정이 4차 선별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 중이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불쑥 나서 5차 전 국민 위로금 지급 논의에 불을 붙였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이라 위로가 좀처럼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위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정성이 문제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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