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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어버스·벨·MD 등 5파전..40년만에 바뀌는 軍 훈련헬기

김상진 입력 2021. 02. 22. 05:01 수정 2021. 02. 2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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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평가로 다음달 초 3기종 압축 예상
조종사들 "가급적 검증된 기종 원해"
"일부 후보기 교육에 불편, 안전성 우려"

40년 넘게 사용한 군 훈련 헬기를 대체할 후속기 수주전에 해외 5개 업체가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 방위사업청이 '육·해군 기초 비행훈련용 헬기 후속기 도입 사업(TH-X)'의 세 번째 입찰을 마감한 결과다. 앞선 두 차례 입찰 당시 2개 업체씩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경쟁이 치열해졌다. 사업예산은 1576억원, 총 41대를 들일 계획이다.

국회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와 후보 기종은 ▶에어버스 H-125 ▶벨 505 ▶엔스트롬 480B ▶MDHI 530F ▶로빈슨 R-66 등이다.

육군은 1968년 12월 처음 도입하기 시작한 UH-1H 헬기를 지난해 7월 모두 퇴역시켰다. 그나마 육군에선 흑백사진 속 추억과 같은 기종으로 남았지만, 해군에선 UH-1H를 초임 조종사들의 기초 비행훈련 헬기로 현재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재 육군은 1976년부터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 500MD를 훈련기로 쓰고 있다. 해군은 사정이 더 심각해 육군에선 이미 퇴역시킨 UH-1H로 비행훈련을 한다. 그마저도 수리 부속이 걱정돼 지난해 육군에서 UH-1H 4대를 추가로 들였다.

앞서 방사청은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입찰에 나섰지만, 가격과 성능 문제 등으로 번번이 유찰을 맛봤다. 이에 따라 2019년까지 도입하겠다던 당초 목표도 계속 밀려났다. 급기야 방사청은 시장가격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3차 입찰을 앞두고는 사업예산을 기존보다 280억원 정도 늘려 현실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기획재정부에 퇴짜를 맞았다.

결국 기체 노후화로 조종사 안전 문제를 걱정해야 할 만큼 다급해진 군이 요구 성능을 낮추는 방식으로 3차 입찰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1·2차 입찰에 나섰다가 떨어진 3개 기종(벨 505, 엔스트롬 480B, MDHI 530F)이 다시 도전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당시 벨 505(1차 입찰)는 목표가를 초과하는 금액을 제시해 협상에 실패했다. 엔스트롬 480B, MDHI 530F(2차 입찰)는 시험평가를 최종 통과하지 못했다.

육·해군 기초 비행훈련 헬기(TH-X) 경쟁 기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방사청은 다음 달 초까지 서류 평가를 토대로 최종 후보를 3개 기종 정도로 압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기종들을 대상으로 시험평가를 거쳐 늦어도 올해 안에 협상을 마치고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일선 조종사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훈련 교관은 "이미 요구성능을 낮춰준 만큼 그나마 검증된 기종이 채택됐으면 좋겠다"며 "이제 갓 임관한 초보 조종사들이 타는 훈련기라는 점을 고려해 조종하기 편하고 안전성도 높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현 후보 중 가장 운용 실적이 많은 기종은 미 육군 등이 쓰는 MDHI의 530F다. 케냐 국방군, 레바논 공군 등도 기체에 로켓포·기관총을 장착한 '무장형'을 운용하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엔 미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 공군을 지원하기 위해 530F를 계약하기도 했다.

에어버스의 H-125도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파생형으로 사용하고 있다. 벨 505의 경우 아직 군용으로 납품한 실적은 없다. 다만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2017년부터 훈련기로 쓰고 있다. 엔스트롬 480B는 일본 육상자위대에서, 로빈슨 R-66은 나이지리아 공군이 각각 운용 중이다.

육군이 기초 비행훈련 헬기로 사용 중인 500MD는 대한항공이 1976년부터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 기종이다. 사진은 정비고에서 정비를 기다리 500MD. [중앙포토]

후보 기종들을 검토한 조종사들 사이에선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훈련 교관은 "일부 기종의 경우 조종간이 교육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거나, 문이 조종석 쪽에만 있어서 비상 상황 시 탈출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항공부대 사정을 잘 아는 군 고위 관계자는 "결국 조종사들이 가장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며 “실제 운용할 조종사들이 충분한 테스트 비행을 한 뒤 기종 선정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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