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금 100억대·강남 아파트 주고.. 형은 주식 17만여주 증여 [가정 못 지키는 가족법]

박현준 입력 2021. 2. 22. 06:03 수정 2021. 2. 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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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家, 내연녀에 수상한 증여
순수 현금만 정 회장이 100억원 이상
정 회장 모친 20억∼30억원 증여 파악
2008년 강남 아파트 구입 2019년 매각
정 회장 소유 빌라 거주하며 잇단 거래
시가 50억 상당 KCC글라스 주식 줘
혼외자가 본처 자녀 제치고 대주주로
재산분할 땐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헌법재판소가 2015년 간통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린 뒤 가족 관계가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법원은 이혼 소송에서 가정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받아들이는 ‘파탄주의’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혼인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 됐을 경우 가정 파탄의 책임 유무를 묻지 말고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흐름이다. 이런 세태로 가정 해체 현상은 심화하고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는 법적 사각 지대에 놓이게 된다. 취재팀은 ‘범현대가의 축출이혼’ 사례를 취재하면서 민법의 가족 관계 조항이 정작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봤다.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랬다. 정몽익 KCC 글라스 회장 이혼 사건을 통해 현행 가족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정몽익(59) KCC글라스 회장을 포함한 KCC일가가 내연녀 A씨와 그 혼외자에게 건넨 막대한 재산은 정 회장의 이혼소송에서 중대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범현대가, A씨에게 증여 집중

2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A씨와 그 혼외자가 보유 중인 재산은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우선 순수한 현금만 따지면 정 회장이 100억원 이상, 정 회장의 모친이 약 20억∼30억원의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다 정 회장의 형인 정몽진 KCC 회장은 지난해 4월 ‘기묘한’ 증여를 단행했다. 정몽진 KCC 회장이 KCC글라스 지분 17만여주를 정 회장과 본처 최은정(58)씨 소생의 자녀들이 아닌, 정 회장과 A씨 사이의 혼외자에게 증여한 것이다. 금액은 당시 시가로 50억원에 달하는 주식이었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의 혼외자는 정 회장과 최씨 사이의 다른 자녀들을 제치고 단숨에 대주주로 올라섰다. 정 회장과 A씨 사이의 혼외자가 이런 증여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KCC글라스 주식은 최근 시가로 100억원에 육박한다.
A씨가 현재 소유한 부동산 역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등기를 열람해 보면 A씨는 2008년 6월 서울 삼성동의 전용면적 152.98㎡ 규모 아파트를 17억3500만원에 구입했다가 2019년 22억8000만원에 매각했다.

2018년 8월에도 같은 아파트 다른 동의 전용면적 59.98㎡ 규모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시가로 15억∼17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A씨가 이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등기부에 남긴 주소지가 A씨 소유의 삼성동 아파트가 아니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최고급 빌라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논현동의 최고급 빌라는 정 회장 소유로, 정 회장이 2015년 8월 37억5000만원에 매입한 것이다.

A씨는 2016년 9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토지를 사들여 2018년 4월에 6층 규모의 빌딩을 올렸다. 이 건물에는 현재는 귀금속과 보석류 등을 취급하는 가게 등이 입점해 있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빌딩 시가는 140억∼150억원으로 평가되지만, 부동산 가격 증가세에 따라 건물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산분할 따른 지배구조 변화 관심

법조계에서는 정 회장이 A씨에게 증여한 100억원은 재산분할 대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법무법인 설현의 김도희 변호사는 “남편이 불륜녀에게 현금 등을 증여했을 경우에 이 현금 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본처가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A씨가 증여받은 현금으로 빌딩과 아파트 등을 샀을 때, 이 부동산들도 정 회장과 최씨의 이혼소송 와중에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A씨 소유의 부동산이 실질적으로는 정 회장의 소유일 경우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만, 명의만 A씨 소유일 때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다만, ‘명의만 A씨 소유’란 점을 법적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정 회장과 최씨의 재산분할이 KCC 전체의 지배구조와 상속구도에 영향을 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KCC그룹은 창업주 정상영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형제들이 교차로 보유한 계열사 간의 지분 정리가 관건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정 명예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인 정몽진씨는 KCC를, 차남인 정몽익씨는 KCC글라스를, 삼남인 정몽열씨는 KCC건설을 이끄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분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은 KCC글라스에 대해 20.66%의 지분을 갖고 있어 확실한 1대 주주다. 그러나 장남인 정몽진 KCC 회장도 KCC글라스의 지분 8.56%를, 정몽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KCC 역시 KCC글라스 지분 3.58%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열 KCC건설 회장도 KCC글라스의 지분 2.76%를 소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혼외자도 정몽진 KCC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받아 KCC글라스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장남 정몽진씨가 회장으로 있는 KCC도 내부 지분이 얽혀 있다. 정몽진 회장은 KCC 주식 18.55%를 갖고 있어 1대 주주지만,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도 8.47%, 정몽열 KCC건설 회장도 5.28%의 KCC 지분을 갖고 있다. 삼남 정몽열씨가 회장으로 있는 KCC건설은 KCC가 36. 03%의 지분으로 대주주 지위에 있다.

정몽익 회장 측은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재산분할 판결을 받더라도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현금 대출을 받아 최씨에게 현금을 건넬 것으로 재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KCC글라스 주식 가치 평가는 또 다른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KCC글라스 주가가 낮아 정 회장의 주식 총액이 작게 평가될수록, 정 회장은 재산 분할 과정에서 유리해진다.

특별기획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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