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사면허 박탈법 반대, 살인·성폭력 범죄 옹호 아냐"
모든 살인 등 강력범죄 외 모든 범죄로 확대될까 우려
변호사와 동일한 기준 적용..사회적 책무 차이 인정해야
선량한 의사가 사고나 무지 때문에 면허 박탈되선 안돼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옹호하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의사를 어떤 의사가 동료로 인정하겠느냐”며 “오히려 법적으로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학술이나 지역, 친목교류 등에서 배제되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인이 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등 의료법 이외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 법안이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의료와 관련된 범죄에서 모든 범죄로 확대함으로써 법 개정의 목적인 의료인의 위법행위 방지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는 전혀 무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국회의 재검토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협은 의사와 함께 대표적인 전문직종인 변호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의사와 변호사의 사명과 그에 따른 사회적 책무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의 결격사유가 의사의 그것과 비교할 때 광범위하여 직업 간의 평등을 해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판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헌재는 “의사 등과 달리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여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치므로 변호사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의협은 설명했다.
특히 의협은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그 역할로서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을 명시하고 있고, 의사는 의료법에서 그 역할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을 정해놓고 있어 그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며 “정의 구현을 역할로 하고 있는 법 전문가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대하 대변인은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이 TV방송에 나와 이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의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는데, 법을 잘 지키면서 사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은 살인범이나 성폭행범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살인이나 성폭행을 하고 싶어서 이 법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주변에 있는 평범하고 선량한 보통의사가 직무와 무관한 사고나 법에 대한 무지 때문에 졸지에 면허를 잃고 나락에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의료계의 입장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법을 만들거나 집행할 때에는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도 무고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면 누군가는 또다시 ‘러시안 룰렛’처럼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의협은 국회 법사위를 앞두고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충분하게 설명하고 전달함으로써 의료계의 우려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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