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라인드에선 '자살 우려자' 못찾는다..안일한 복지부

김현아 2021. 2. 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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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쓴 사람은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워 경찰의 긴급 구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라인드는 대한민국 직장인 300만 명, 미국 직장인 100만 명(지난해 9월 기준)이 쓰는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떤 회원 정보도 저장하지 않는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용자들의 오해가 없는 범위 안에서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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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직원 유서 블라인드에서 발견하고 경찰 신고
나흘 지나도록 직원 신원 확인 못해
블라인드 서버에는 신원 정보 없어
가입시 인증이후 사라지는 이메일
자살예방법, 서버 외국에 있어도 처벌 가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쓴 사람은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워 경찰의 긴급 구조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라인드는 대한민국 직장인 300만 명, 미국 직장인 100만 명(지난해 9월 기준)이 쓰는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블라인드 앱
국내 IT 기업인 A사는 지난 18일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유서를 ‘블라인드’에 올린 사실을 발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 자살이 걱정되는 직원의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22일 현재까지 유서를 올린 직원을 찾지 못했다. 다행스럽게 비극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A사는 사내 비상연락망을 돌려 전체 직원의 안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적지 않는 혼란을 겪었다.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 등 긴급구조기관은 자살 의사나 계획을 표현한 사람 등에 대해 위치 파악이 어려울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A사가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은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에 긴급구조 대상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전자우편주소 △개인위치정보 등을 요청했지만 정보를 받지 못했다.

가입시 인증 이후 사라지는 회사 이메일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블라인드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이다. 블라인드 서버에는 해당 유서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문의가 왔던 것은 사실이나 저희 서버에는 조합해서 작성자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며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도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는 회사별로 가입하게 돼 있는데 회사 이메일을 쓰느냐 여부만 보고 가입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 이메일도 평문 형태로 서버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 가입하고 나면 사라지고 블라인드 계정 1,2,3 등의 형태로 저장된다. 회사 측은 철저한 익명성 보장을 위해 이 같은 ‘가입자 로직에 대한 시스템’을 특허등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별로 이뤄지는 직장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블라인드에서는 직장 내 ‘왕따’로 괴로워하는 직원들이 유서를 올리고 나쁜 마음을 먹을수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떤 회원 정보도 저장하지 않는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용자들의 오해가 없는 범위 안에서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비방글 등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숨김 처리하는 기능 등을 테스트 중인데, 자살 예방을 위한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에 서버 있어도 처벌 가능한데…안일한 복지부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대표이사는 한국인이지만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고 서버 역시 미국에 있다. 서버가 외국에 있으면 자살예방법의 예외일까. 법에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긴급구조를 위한 자료제공 요청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관계자는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 (자료제공 요청을 거부해도)처벌할 수 없다”며 “그래서 구글이나 트위터 등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된 법령 해석이다. 이성엽 고려대기술법정책센터장(교수)은 “우리 국민의 신체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자살예방법이 외국 인터넷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법령 해석”이라며 “국내 대리인제도가 생기기 전에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스트리트뷰’로 개인정보를 빼 간 구글을 법 위반으로 제재했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도 “서버의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법 집행에 대한 의지 문제”라면서 “다만 형사처벌은 신병을 확보해 국내에 들어와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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