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지방대 미달로 꼴찌까지 합격

전민희 2021. 2. 22. 16: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4일 오후 서울 한 학원이 개최한 2021 대입전략 설명회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속출하면서 추가모집 인원이 2만6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05학년도 입시 이후 16년만에 최대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추가모집이 전체의 90%를 넘었다.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이 된 셈이다.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62곳에서 진행되는 추가모집 규모는 총 2만6129명으로 전년도(9830명)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22일 9시 기준) 추가모집은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이뤄진다.


추가모집 인원 90% 이상이 지방대
추가모집은 정시모집 추가합격자까지 뽑았는데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에서만 진행한다. 올해 추가모집은 대부분 비수도권 지방대에 몰려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추가모집 인원은 총 2240명으로 전체의 8.6%에 불과하지만 비수도권은 2만3889명으로 91.4%에 달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이 4331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3883명)‧전북(2566명)‧충남(198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경북 소재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이 총 9000여명인데 절반 가까이 채우지 못한 셈이다. 대학 중에는 대구대(경북·876명), 동명대(부산·804명), 상지대(강원·769명) 등 지방 사립대가 정시모집 인원의 절반 이상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대입추기모집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립대 뿐 아니라 지역 거점국립대 중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을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북대(135명)‧경상대(123명)‧부산대(90명) 등 지방거점 국립대 9곳이 715명을 추가모집한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
이는 앞서 대입 정시모집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전국 187개 대학의 정시모집 결과를 조사한 결과 경쟁률 3대 1 미만인 곳이 90개교(48%)에 달했다. 정시에서는 1인당 3곳까지 원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 3대 1을 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특히 영·호남 지역은 78%가 경쟁률 3대 1 미만이라 대규모 미달이 예고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지방대의 대규모 미달 사태 원인을 학령인구 감소 탓으로 보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전년(54만8734명)보다 5만5301명 감소했다. 수능 지원자가 대학 입학 정원(55만5774명)보다 6만명이나 적게 된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 수가 줄면서 대학의 입학경쟁률이 떨어지고, 추가모집 인원도 늘었다”며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17일 한 통신업체가 고3 수험생을 위한 언택트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지역 대학 "코로나에 정원 미달까지…대책도 없다"
지역 대학들은 정상 운영에 비상이 걸렸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사립대 교수는 “올해 코로나 여파로 외국 유학생이 크게 줄어 재정도 타격을 입고, 정원도 채우기 쉽지 않다”며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가 더 빨리 진행될 텐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추가모집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상 90% 정도는 추가모집으로 충원하지만 올해는 수험생이 워낙 줄어 추가모집 인원이 200명 이상인 대학은 30~40% 미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주차장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대입전략 설명회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대학에서는 지원자가 줄면서 턱없이 낮은 성적으로 합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 대입 커뮤니티에는 수능에서 평균 6등급 이하 성적을 받고도 지역 거점국립대 수학과에 합격했다는 사례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학과에는 19명 선발에 49명이 지원했는데, 합격자들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 추가합격이 이어면서 가장 성적이 낮은 지원자까지 합격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수시·정시에 이어 추가모집이 제3의 입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모집은 수시모집에 합격‧등록한 사실이 없거나 정시모집에 불합격했거나 등록을 포기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산업대‧전문대 정시모집 합격자는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 가능하다. 올해는 선호도가 높은 의‧치‧한의대도 전국에서 20명을 추가 선발하니 대학별 모집 인원을 확인해봐야 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