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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도 연습 필요"..책상 앞 업무 진행, 노트북 보며 회식

이지용,백상경,전경운,조성호,오찬종,양연호,송민근 입력 2021. 02. 22. 17:45 수정 2021. 02. 2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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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행태·장소 모두 변화
광고업 재택근무 75%로 최다
9시 출근, 6시 퇴근 사라지고
개인특성 고려한 자율근무
직장인이 말하는 뉴트렌드
생활계획표 그려 효율높이고
협업 프로그램으로 성과 관리
'직원 빈둥대나' 의심하던 회사
지금은 성과만 내면 간섭안해

◆ 일자리 판이 바뀐다 ③ ◆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의 일자리 판이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로봇·인공지능(AI) 등의 기존 일자리 침투, 라이더 등 특수고용직 확대 외에 '재택근무'를 빼놓을 수 없다. 대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 일부 회사에서만 행해지던 재택근무를 거의 모든 분야로 확장시켰다. 이와 함께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는 노동·직장의 개념도 분해시켜 회사마다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중이다.

매일경제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실태 파악을 위해 잡코리아·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8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은 42.4%에 달했다. 온라인을 통해 업무가 가능한 미디어·광고업은 재택근무 경험자가 75%에 달했고 금융·은행업 종사자도 68.6%가 재택근무를 했다. 재택근무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협업·의사소통 곤란'(51.4%)이 가장 큰 요소로 꼽혔다. 뒤를 이어 '돌발업무·리스크 관리의 어려움'(37%), '업무 효율 저하'(33.8%)가 자리했다. 관리자 입장에선 '성과·조직관리의 어려움'(19.4%)이 여전히 재택을 꺼리게 하는 큰 요소다. 매일경제는 재택근무를 실시했거나 실시 중인 기업 직원 4인의 인터뷰를 통해 재택근무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봤다.

◆ 입사 두 달 후부터 동료 못 봐

지난해 6월 이베이코리아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한 박명훈 씨(25)는 이른바 '내추럴 본 재택러(태어날 때부터 재택을 하는 사람)'다. 박씨가 입사할 때부터 회사는 전체 인원의 50%에 한해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8월부터는 전사적인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입사 후 2개월 직후부터 직장 동료들을 모두 볼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이러다 보니 직장인들이라면 회피하고 싶은 회식마저 그리워졌다. 박씨는 "팀원들이 보고 싶고 입사 초기에 두 번 정도 한 회식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런 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두고 진행하는 '랜선(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회식'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초등학교 때나 그리곤 했던 방학계획표를 다시 그리며 해결방법을 찾아냈다. 회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정해져 있는 코어타임(핵심근무시간)에만 일하면 그 외 시간은 2주간 80시간의 근무시간만 채우면 되다 보니 자기만의 루틴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 박씨는 "따로 일을 감독한다기보다는 신뢰로 이뤄지는 구조다. 일찍 일어나서 일하는 걸 좋아해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 한다"고 말했다.

◆ 관리자는 적응 중, 직원은 대만족

회사가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 가장 고심하는 문제는 직원 간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 차이다. SK건설은 지난해 8월 말 업계 최초로 재택근무를 전면 도입했다. 9월 중순부터는 근무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확 줄인 스마트워크를 도입했다. 이 회사 인사관리(HR)팀에서 일하는 서재범 프로(32)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서 프로는 "관리자 직급은 대면 지시보다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답답해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관리자 직급이 아닌 직원들은 엄청나게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못하는 점은 고민거리다. 서 프로는 "현장 근무 특성상 반드시 대면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모든 현장직에 재택근무를 도입하지는 못했다"며 "현장 직원의 경우 재택근무가 필요하면 부서에 요청해 집에서 근무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협업 프로그램 가동해 성과관리

X레이를 제작하는 바텍의 지주사 바텍이우홀딩스에 근무하는 김단하 책임(34)은 지난해 4월부터 일주일에 1~2일가량을 정기적으로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바텍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도 부서장과 협의만 하면 주 5일 재택근무도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디자이너처럼 전화나 이메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군은 공지나 회의가 많은 월요일만 회사에 나오는 직원도 많다. 바텍은 지난 5년간 재택근무제를 일부 실험하면서 다양한 협업도구를 활용해왔다. 원격근무나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업무 성과를 서로 체크할 수 있도록 매일 그날의 업무 목표를 공유하고, '지라'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엄격한 관리에 일부 불만도 있지만 오히려 재택근무를 하는 데 있어서 '떳떳함'을 가져다줬다는 평가도 있다. 김 책임은 "매일 업무 목표를 보고하고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는 만큼 집에서도 회사에 나간 만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택에도 연습이 필요

최은영 대리(35)가 일하는 지비스타일은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유연근무제 우수 실천 회사다. 유아동 내의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1월부터 이미 전사적인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회사는 유선전화 착신전환 설정하기, 메신저 대화명 근무형태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등 6대 원칙을 미리 정해뒀다.

최 대리는 "회사가 일찍부터 재택근무 경험이 쌓이다 보니 예전에 다니던 직장 선임분들이 조언을 많이 구하시고 많이 물어본다"면서도 "하지만 질문이 '직원들이 일하는 것은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주로 물어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회사의 임원진이나 윗분들은 제가 집에서 일하고 있는지 안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며 "재택근무를 도입하려면 인식 차이가 많이 개선돼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절반 '주4일' 원하지만…63% "연봉 깎이느니 주5일"

일부 IT기업 재택근무 이어
주4일 근무제도 실험 나서
임금삭감 반대의견이 지배적

코로나19로 출근이 어려워지는 회사가 늘면서 노동의 효율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됐다. 다수의 기업들은 재택근무 도입과 함께 '주 4일제'도 도입하면서 업무 시간을 줄여나가는가 하면,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주 4일제는 아직 정보기술(IT) 관련 일부 기업에서만 시행하고 있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뉴질랜드의 퍼페추얼 가디언이 주 4일제 시행 후 노동생산성을 20% 끌어올리고 일본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도 도입 후 40%의 생산성 증가를 이뤄냈다. 이는 주 4일제의 효율성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매일경제가 잡코리아·알바몬과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직장인들은 주 4일제를 통한 업무성과가 현 수준과 같거나 보다 높을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53.5%였다. 이는 유럽 각국의 주 4일제 찬성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앞서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019년 유럽 각국에서 조사한 주 4일제 찬성률은 영국 63%, 독일 54%, 프랑스 51% 등의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영국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4%의 찬성률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주 4일제 시행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경우 반감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4일제로 바꾸는 대신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면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62.6%는 현재의 연봉을 유지하고 주 5일을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주 4일 근무를 위해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고 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연봉을 묻는 질문에선 현재 연봉의 90%까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답한 이가 43.5%로 가장 많았고, 이보다 삭감 폭이 작은 95%까지 받아들이겠다고 한 이가 28.1%로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이 80%로 줄어드는 만큼 그 이하로 받겠다고 하는 이들은 12%에 그쳤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붙는 전제조건은 성과주의 연봉제의 확산이다.

최근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성과주의 연봉제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일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다. 코로나19 이후 이 회사는 기존의 연공서열 방식을 철폐하고 일하는 만큼 연봉을 받아가는 성과주의 연봉제를 실시했다. 우리 직장인들은 이 같은 성과주의 연봉제를 적극 찬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66.0%의 직장인이 찬성해 29.2%의 반대 인원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특히 성과주의 연봉제를 실시하면 현재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보다 더 투입하겠다고 답한 이도 34.5%에 달했다. 현재와 비슷한 시간을 투입하겠다고 답한 이는 45.0%였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백상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조성호 기자 /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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