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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 못한 733명 중 증발된 단 한명.. "진우야, 어딨니"

김준호 기자 입력 2021. 02. 23. 03:26 수정 2021. 02. 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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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블랙박스] 살아있다면 10세.. 아동 실종사건

고진우(가명). 2012년 8월 25일 생. 또래 아이들은 다음 달 초등학교 3학년으로 한 학년 올라가지만, 진우는 아직 입학조차 못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2020년 전국 초등학교 취학 대상 아동 중 예비소집에 불참해 교육 당국이 경찰에 수사 의뢰한 아동은 총 733명. 이 중 718명은 소재가 파악됐다. 나머지 15명 중 14명은 해외로 출국한 사실까지는 확인됐고, 경찰이 아동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다. 남은 1명은 국내 소재는 물론 해외 출국 기록마저 없이 증발했다. 바로 진우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유령 아이’다. 경찰은 “살아 있다면 꼭 학교에 데려다 주겠다”며 3년째 진우를 찾고 있다.

◇2013년 진료 기록이 마지막

진우는 전남 한 대학병원에서 태어났다. 몸무게는 2.78㎏. 평균보다 체구가 작았다. 진우 엄마 A씨는 당시 23세로, 미혼이었다. 진우 친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진우는 출생지인 전남 등에서 예방접종한 병원 진료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2013년 6월 25일, 경기도 오산의 한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은 기록을 마지막으로 ‘증발’했다.

/일러스트=이철원

5년이 지난 2018년 8월, 진우 외할머니 B씨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진우가 다음 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임을 알리는 취학 통지서였다. 진우 출생 직후 A씨가 진우를 어머니인 B씨 호적에 올렸기 때문이다. 잊고 지내던 외손자 이름을 본 B씨는 아득해졌다. “손주 녀석은 어디 있을까···.” A씨는 진우를 낳고 3년 뒤인 2015년 2월 C씨와 혼인신고를 했지만, 두 사람은 2016년 9월 교통사고로 함께 세상을 떠났다. 딸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B씨는 경찰에 “외손자를 찾아달라”고 신고했다.

◇친모는 이미 사망, DNA 대조도 한계

2019년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진우가 최종 불참한 사실이 확인되자 경남교육청이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경남경찰청 전담 수사팀이 진우 실종 사건을 맡았다. 진우 출생 기록을 단서로 전남 지역을 훑은 경찰은 진우 친부로 추정되는 D씨와 연락이 닿았다. 진우가 태어났을 당시 A씨와 동거했던 남성이다. 그러나 D씨는 “진우가 내 아이인지도 분명치 않고,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봄 A씨와 헤어졌다고 한다.

경찰은 진우 친모와 결혼한 C씨 가족도 찾아갔지만, 그들은 진우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외할머니 B씨와 D씨의 이야기는 엇갈린다. 외할머니 B씨는 딸로부터 “진우를 시설에 맡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D씨는 “2013년 하반기쯤 A씨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와 ‘아이가 죽었다’고 한 적이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두 가능성을 다 짚어보고 있다. 외할머니 B씨와 친부로 추정되는 D씨 DNA를 확보해 전국 아동보호시설 등에 등록된 무연고 아동 DNA와 대조 작업을 벌였다. 지금까지 일치하는 결과는 없었다. 진우 사진과 인적 사항을 담은 전단도 전국 곳곳에 뿌렸지만, 행방을 아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진우가 해외 입양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입양 단체에도 DNA 자료를 전달했다. 경찰은 진우 명의로 가입한 보험이 있는지도 파악 중이다. 진우가 사망했다면 혹시 그전 보험을 들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찰이 전국 아동보호시설과 관련 기관에 뿌린 실종 아동 고진우(가명)군을 찾는다는 전단지.

◇“올해는 꼭 학교에 보내고 싶어”

2016년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소재 파악 조치가 강화됐다. 원영이 사건은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여섯 살 신원영군이 숨진 사건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원영이는 예비소집에 불참했지만, 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원영이는 신고 한 달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예비소집에 불참한 원영이 주변을 더 세심하게 살폈다면 안타까운 죽음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 사건 이후 미취학 및 장기 결석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소재 점검 활동을 예비소집 대상 아동까지 확대했다.

경남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보호기관이나 시설에 맡겨진 아동에 대한 DNA 데이터베이스가 100% 돼 있지 않아 대조 작업에 한계가 있다”며 “올해는 진우를 꼭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수사관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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