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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2년 만에 잡힌 '방사능 우럭'..日 후쿠시마 원전에 무슨 일이?

황현택 입력 2021. 02. 23. 06:00 수정 2021. 02. 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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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일본 후쿠시마 (福島)현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2년 만의 일입니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 연합회(어련)는 즉시 물고기 출하 와 유통을 중단했습니다.

당장 머리에 스치는 일이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여 전인 13일 밤 11시 7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가구가 무너지는 상황에도 사람들의 걱정은 온통 한곳으로 쏠렸습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은 괜찮은 걸까?"


■세슘 '10배 초과'한 우럭

문제의 물고기는 우럭입니다. 22일 후쿠시마현 신치초(新地町) 앞바다 8.8km 지점, 수심 24m의 어장에서 잡혔습니다. 방사성 물질 측정을 위한 '시험 어획'이었습니다. 지난해 우럭 어획량은 3톤쯤 되는데,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험 어획'은 전체 어획량의 1% 미만입니다.

후쿠시마현 연구소가 이 우럭을 검사해 봤더니 치명적 방사성 물질인 세슘(CS-134, CS-137)이 1kg당 480Bq(베크렐) 검출됐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정한 일반 식품의 세슘 허용 한계치(1㎏당 100㏃)의 5배쯤 됩니다. 후쿠시마현은 일본 정부보다 좀 더 엄격하게 '1kg당 50Bq'의 기준을 자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 기준으로는 10배 가까이 됩니다.

후쿠시마에선 지난해 2월에 모든 어종에 대해 출하 제한이 해제됐습니다. 실제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기준치를 넘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건 2년 만입니다. 2년 전에는 '홍어'였죠. 후쿠시마현 어련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우럭 출하와 유통을 중단했습니다.


■7개월 '먹통'된 지진계

'방사능 우럭'이 확인된 22일,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운용하는 일본 도쿄전력이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지진 피해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지진 발생 8일 만이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원전도 1급 보안시설입니다. 즉, 원전 측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내부 상황은 외부에 쉽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번 보고 내용 중 가장 황당한 건 '지진계'였습니다.

지진 발생 당시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 원자로 건물에 설치된 지진계는 '먹통'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 지진에 따른 흔들림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설치한 지진계 2개가 지난해 7월에 폭우 때 고장 났다는 겁니다. 도쿄전력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7개월 동안 수리하지 않고 방치해 왔습니다. 규모 7.3의 이번 지진 관련 데이터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런 내용은 도쿄전력이 규제위에 미리 제출한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규제위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확인됐습니다.

도쿄전력 담당자는 "대응이 충분하지 않아 귀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고, 이에 규제위 위원들은 "지진의 상세한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하며, 위기 대응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닥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선 전체 원자로 6기 가운데 정상 가동 중이던 1~3호기에서 냉각장치 고장으로 노심용융이 일어나 1, 3호기의 경우 수소폭발로 이어졌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콘테이너들이 지진의 여파로 무너져 내린 모습. [출처 : 일본 도쿄전력]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오염수 저장 탱크가 5cm정도 이탈해 있다. [출처 : 일본 도쿄전력]


■오염수 탱크는 '육안 점검'

도쿄전력이 규제위에 보고한 여러 지진 피해가 가운데 '오염수 탱크 이탈'도 눈에 띄었습니다.

도쿄전력은 이번 지진 영향으로 원전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 가운데 20개 안팎이 지진 때문에 원래 놓여 있던 위치에서 어긋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탱크는 최대 5㎝ 정도 움직였고, 물이 새거나 탱크가 눈에 띄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화 처리 중인 오염수가 들어 있는 탱크 10개,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거른 물을 보관하는 탱크 몇 개, 정화 처리 직후의 물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보관용으로 쓰는 탱크 3개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났습니다.

문제는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니, 이 모든 조사가 '육안(目視) 점검'이었다는 겁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는 지난해 9월 현재, 탱크 1천50개에 123만 톤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70%(82만 톤)에 세슘 등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2019년 8월, 필자는 후쿠시마 제 1원전 내부를 취재했습니다. '오염수 저장탱크 부지'는 방사성 물질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이었습니다. 원전 부지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레드존'(Red Zone)으로 분류돼 5분 이내로 살짝 둘러보고 서둘러 대피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1천 개가 넘는 거대한 오염수 저장 탱크, 그것도 방사성 물질이 가득 찬 탱크의 손상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게 제대로 된 점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늘어서 있는 오염수 보관 탱크. 일본 정부는 2022년 오염수 저장 용량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 주민 88%,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방사능 우럭'과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지진계 고장'이 확인된 22일, 일본에선 이런 뉴스도 나왔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큰 피해를 본 후쿠시마,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3개 현의 42개 시정촌(市町村)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후쿠시마현 내 시정촌 37곳(88%)은 "풍평피해(風評被害)가 우려된다"며 오염수 해양방류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식 한자성어인 '풍평피해'는 오염수를 해양으로 쏟아낼 경우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일본산 수산물의 이미지가 나빠져 지역 어민들이 볼 수 있는 피해를 뜻합니다.

규모 7.3의 강진과 후쿠시마 원전의 지진 대처, 그리고 2년 만에 잡힌 방사능 우럭까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황현택 기자 (news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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