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일보

[단독] 생활비 끊고.. 사는 집 '급매' 내놓고.. '협의이혼' 수용 압박 [가정 못 지키는 가족법]

조현일 입력 2021. 02. 23. 06:06 수정 2021. 02. 23. 13:1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2회) 강자 앞에 무력한 가족법
정몽익 회장, 본처 압박 다양한 카드
직원들 보내 차량 처분 실랑이까지
"이혼 강요 남편들이 흔히 하는 수법"
본처 최씨는 한때 "집에 비 샌다"
내연녀는 고급주택에 호화생활
현행 가족법 '약자보호' 한계 지적
헌법재판소가 2015년 간통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린 뒤 가족 관계가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법원은 이혼 소송에서 가정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받아들이는 ‘파탄주의’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혼인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 됐을 경우 가정 파탄의 책임 유무를 묻지 말고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흐름이다. 이런 세태로 가정 해체 현상은 심화하고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는 법적 사각 지대에 놓이게 된다. 취재팀은 ‘범현대가의 축출이혼’ 사례를 취재하면서 민법의 가족 관계 조항이 정작 가족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봤다.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랬다. 정몽익 KCC 글라스 회장 이혼 사건을 통해 현행 가족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정몽익(59) KCC글라스 회장은 아내 최은정씨가 “이혼을 원치 않는다”며 맞서자, 최씨가 자녀와 살고 있는 자택을 처분하고 타고 다니던 정 회장 명의 차량을 회수하려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는 정 회장 측의 이 같은 행위가 ‘축출이혼(무책배우자를 고의로 쫓아내는 이혼)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행 가족법은 최씨처럼 가정 파탄의 책임이 없고 경제력이 약한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본처·자녀 사는 집 ‘급매’ 내놓고 차량 회수 시도

2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은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최씨와 자녀 3남매가 살고 있는 자택을 ‘급매’로 처분해 달라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정 회장 명의의 이 아파트는 정 회장이 최씨, 3남매와 20년 이상 거주했던 곳이다.

이혼소송 재판부는 정 회장이 2012년 1월 일방적으로 가출, 별거하기 시작한 것을 혼인 파탄의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정 회장은 가출한 뒤 내연녀 A씨와 거주지를 기존에 최씨와 함께 살던 자택 인근에 마련했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면 정 회장은 최씨가 ‘협의이혼’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최씨가 살고 있는 자택을 처분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상황을 아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꽤 헐값에 나온 물건이다 보니 금세 구매 의향자가 나타났다”며 “최씨에게 연락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집을 내놓은 적도 없다’면서 황급히 매물을 거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안주인(최씨)이 알 거라고 생각해 ‘집을 좀 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분이 몹시 놀라 바로 가게를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분은 동네 중개업소마다 확인해서 등록된 매물을 취소하고 다녔다”며 “재벌가 사모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별 일이 다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자택뿐이 아니다. 정 회장은 최씨와 자녀가 타고다니던 정 회장 명의 차량을 회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KCC글라스 안팎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 수명이 5∼6년 전 최씨가 거주하던 집을 찾아가 차량을 가져가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최씨가 반발하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직원들은 최씨에게 차량 열쇠를 요구하다가 거부당하자 견인차량을 부르려 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최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하자 돌아갔다.

한 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이혼을 압박하는 남편들이 흔히 하는 수법이 아내와 자녀가 사는 집과 차량을 처분하는 것”이라며 “일부 이혼전문 변호사는 이런 ‘테크닉’을 전문적으로 알려주고 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본처에 생활비 끊고 내연녀에게 거액 증여

최씨는 1990년 정 회장과 결혼한 이후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최씨는 매월 정 회장에게서 생활비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오랜 지인은 “최씨가 남편이 매월 주는 금액 안에서 생활비를 쓴다고 옛날에 말했다”면서 “집안 일을 봐주는 분, 운전해 주는 분 등 인건비가 가장 크다. 재벌가에서 쓰는 일정 선이 있는데 그 정도 수준”이라고 전했다.

최씨가 사는 동네의 지인도 “최씨가 언젠간 ‘비가 많이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샌다. 오래된 아파트여서 종종 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 회장은 2012년 1월 집을 나간 뒤 매달 주던 생활비를 끊었다고 한다. 이 지인은 “생활비가 끊긴 이후에는 최씨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정 회장이 집을 나간 뒤 세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최씨의) 우울증 발병과 자살시도는 원고(정 회장)의 일방적인 별거 이후에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며 “별거 이전에는 특별히 정신적 문제가 있다거나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A씨는 정 회장으로부터 2015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100억원 규모의 현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6층짜리 빌딩, 삼성동의 아파트 등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정 회장 명의인 제주도의 한 고급 타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A씨가 이용한 고가의 리조트와 골프장 등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A씨를 잘 아는 한 인사는 “A씨가 메르세데스-벤츠와 벤틀리 승용차,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등을 고급 차량을 타고 다녔다”고 전했다.

특별기획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conan@segye.com

[단독]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이혼소송중 수백억대 부당증여 의혹 
http://www.segye.com/newsView/20210221508704
[단독] 정상영 명예회장 빈소에 정몽익 내연녀 참석… 본처는 불참
http://www.segye.com/newsView/20210221508692
[단독] 현금 100억대·강남 아파트 주고… 형은 주식 17만여주 증여 
http://www.segye.com/newsView/20210221508667
‘현대·롯데家’ 첫 결혼 세간 주목… 한진家와도 혼맥 얽혀 
http://www.segye.com/newsView/20210221508668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