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법 2.0'이 필요한 이유

한겨레 2021. 2.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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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 정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언론개혁법 2.0이 필요하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나는 이번에 발의된 언론개혁법에 동의한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법안을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언론개혁법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한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을 언론개혁법이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는 이번 정부가 그동안 언론개혁의 비전과 변화된 미디어 생태계에 걸맞은 미디어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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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소모적 정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언론개혁법 2.0이 필요하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나는 이번에 발의된 언론개혁법에 동의한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법안을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언론개혁법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한다. 표현의 자유 위축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해서도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피해자 구제가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다.

한편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법리적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제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번 법안은 가중처벌 또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주장은 중요한 대목을 놓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표현의 자유, 좀 더 구체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매우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언론이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언론이 사회적 책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언론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지난해 5월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1%가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동의했다. 또 최근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0%가 동의했다. 국민의 상당수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 혐오표현을 언론의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에서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5년 연속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쯤 되면 민심은 언론의 자유보다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쪽으로 향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뉴스의 발행(생산) 자체보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유통 과정에서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피해가 발생하는 변화된 미디어 생태계를 고려하면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인 미디어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는 것 역시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다만, 지금 논의되는 언론개혁법은 엄밀하게 말해 촛불민심을 담은 언론개혁법이라기보다 언론민생법에 가깝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오래전부터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해왔던 언론개혁의 주요 골자인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개선이라든지 언론사의 소유와 경영 분리 문제 등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을 언론개혁법이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는 이번 정부가 그동안 언론개혁의 비전과 변화된 미디어 생태계에 걸맞은 미디어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통 미디어와 모바일 미디어가 혼재한 미디어 생태계를 큰 틀에서 조율하면서 산업적 변화를 수용하되 공공성을 잃지 않는 정책 비전을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포스트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에 부합하는 지역 언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했던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다못해 이상의 요구를 점검할 공론의 기회도 별로 없었다.

21대 총선 이후 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가 구성돼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미한 기대가 모두 사라지지 않았는데, 별다른 사회적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언론개혁법을 내놓으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 진짜 언론개혁법을 내놓을 차례다.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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