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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고교학점제..교사들 "학생 부담만 커질 것"

김현정 입력 2021. 02. 23. 20:09 수정 2021. 03. 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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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나, 대학 입시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새로운 제도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내신 평가 방식이 달라지는 등 대학 입시 제도가 또 한 번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23일 엄마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막막하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6학년으로 고교학점제 첫 시행인데 어느 학교를 가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학부모들은 "첫 시험타자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시스템이 현 고등학교 현장에 맞는 건지 모르겠다", "애들만 더 힘들고 사교육이 많아질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7일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부터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체제로 바뀐다. 학기당 최소 28학점 이상 수강해 3년간 총 192학점을 취득해야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내신평가 방식도 달라졌다. 고교 1학년 1학기와 2학기까지의 성적은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나, 2~3학년 성적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진로와 연계한 과목이 다양화되고, 학생 맞춤형 책임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개설 과목 증가로 교원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도 없이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을 하겠다니 공염불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정규교원 증권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이라는 국가적 책무부터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 2~3학년 때 듣는 선택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절대평가 도입으로 '내신 퍼주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고교 1학년 공통과목 내신은 상대평가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 시기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고 1때 내신 관리를 잘못한 학생의 경우 고 2, 3때는 학교 공부보다 수능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새 대입제도 개편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대입 개편안 논의를 시작해 오는 2024년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 교사들은 대입 제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사립고 교사는 "우리나라 교육이 대학 입시에 종속되고 있는데, 대학 입시를 먼저 정리하지 않고 고교 교육과정을 발표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2, 3학년 내신을 절대평가하면 학생들이 1학년 끝나고 2학년이 됐을 때 내신을 망쳤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검정고시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대학 입시의 아무런 청사진 없이 바뀐 교육제도만 발표하니 학부모들 사이에서 여러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며 "이 억측 속에서 혼란스러운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현재는 중학생 때부터 입시설명회에 몰려다니고 있는데, 이제는 초등학생 때부터 대입 준비가 시작된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것 같다"며 "대학에 들어가는 최종 관문을 혁신하지 않으면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해야 할 게 더 많아지는 효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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