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일만 남았다?.. 1월 거래량 감소에도 집값 장담 못하는 이유

나진희 2021. 2. 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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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새해 첫 달 주택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의 전조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정부 규제 강화, ‘거리 두기’ 단계 격상, 계절적 요인 등으로 거래량 감소가 목격됐지만 1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지적이다. 

◆1월 거래량 전월 대비 35.4% 급감… 가격 상승세 둔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주택 거래량은 9만696건으로 전월 대비 35.4% 작년 동월 대비 10.5% 감소했다. 이 같은 거래량 감소는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수도권(4만7132건)은 전월 대비 25.4%, 전년 같은 달보다 14.9% 각각 줄었고, 지방(4만3547건)은 전월 대비 43.5%, 전년 같은 달 대비 5.2% 각각 위축됐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소폭 둔화한 것도 ‘거래량 감소는 최고점을 찍은 주택값이 하락하려는 조짐’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라 지난주(0.28%)보다 상승 폭이 약간 줄었다. 서울은 전주 0.10%에서 둘째 주에는 0.09%로 상승 폭이 감소했다.

◆1월 부동산 비성수기 탓… 지난해 거래량 떨어졌을 때도 결국 집값 폭등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 달리 벌써 집값 하락을 점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월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비수기로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다. 지난달 거래량(9만696건)도 전년도보단 적지만 최근 수년간과 비교했을 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3~5년치 동월 1월 거래량과 비교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여전히 많은 편”이라며 “아직 계절적 성수기를 지나지 않고 전세시장 불안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286건으로 올해1월 보다 약 4만 건이나 적다. 

연합뉴스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으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신천지 교회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코로나19 1차 대유행 절정기였던 지난해 3∼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해 2월 8280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코로나 1차 유행 여파로 3월 반 토막(4411건)이 났고 4월엔 3000건대(3025건)까지 하락했다.

같은 해 8월엔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등 전국적으로 주택 매매거래가 크게 줄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8만5272건으로 7월(14만1419건)보다 39.7% 감소했다. 수도권(4만3107건)은 한 달 전보다 43.1% 줄었고, 특히 서울(1만4459건)은 45.8%나 줄었다. 7월 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며 ‘전세 낀 매물’ 거래가 급감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부 거래량 감소에도 집값은 ‘폭등’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전년도 12월 서울 아파트 3.3㎡ 평균 매매가격은 4040만원을 기록해 2013년 4월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전세난과 아파트 가격 상승 여파는 빌라에까지 옮겨붙어 지난해 서울 지역 빌라(연립주택) 가격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2030 ‘패닉바잉’ 계속… 전문가 “대출 규제 풀리면 ‘영끌’ 수요 폭발할 듯” 

1월 거래량 급감과 별개로 2030세대의 ‘패닉바잉’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30대의 매매 비중은 39.6%로 201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어 40대(25.8%), 50대(14.9%), 60대(8.3%), 20대 이하(5.1%), 70대 이상(1.5%) 순이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지 않고 있는 점이 시장에 잠재 수요가 남아있음을 방증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이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분위기이거나 2∙4 대책이 영향을 발휘했다고 하려면 지금 시점에서 대출 규제를 풀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다 막아놨던 대출을 풀면 소위 ‘영끌’하려다 못 했던 사람들의 수요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 정부가 규제로 인위적으로 시장을 억눌러 놓은 상황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거래량이 감소해서 가격이 하락하려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들이 팔리지 않고 쌓여야 한다”며 “그래야 매도 호가를 서로 낮춰 매물을 소진하는데 지금은 매물이 나오면 시장이 이를 바로 흡수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설 연휴 및 거리 두기 영향으로 2월 거래량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이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빠짐없이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그 이후 관망이었다. 월별 변동은 지엽적, 국지적이므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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