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전 세계 감염자 '뚝'..코로나 터널 끝 '빛' 보이나

장은교 기자 2021. 2. 2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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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78개국 중 45개국 감소 추세
거리 두기·계절 변화 등 요인
전문가 “아직 안심하긴 일러”
공중보건·백신 접종 더 강조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한 달 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백신 접종의 효과보다는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계절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소추세가 나타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고, 이 기회에 공중보건 조치와 백신 접종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내 의료기관 자료와 존스홉킨스대 자료를 취합해 지난 1월11일부터 2월20일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를 분석했다. 지난해 10월1일 이후 10만명당 10건 이상이 발병한 인구 100만명 이상 국가들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78개국 중 45개 나라에서 감소추세를 보였다. 그중 28개국은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줄었다. 10개국은 이전과 비슷했고, 23개국은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달 전만 해도 전 세계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5만명에 이르고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암울한 상황이었지만, 부분적으로나마 놀랄 만큼 빠른 전환이 이뤄졌다”며 “전문가들도 진짜 감소추세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체 감염자 수가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의 확진자 수가 줄어든 덕이 크다. 확진·사망자 수 1위인 미국은 28일 동안 신규 감염자 수가 62% 감소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한 영국은 70%, 남아프리카공화국은 84%가 줄어들었다. 스페인은 69%, 독일은 55% 신규 감염자 수가 줄었다.

뉴욕타임스는 “감소 원인은 각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사람들의 순응도가 증가했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바이러스의 활동이 누그러진 점, 자연면역 효과 등 여러 요소가 조합된 결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백신 접종 효과가 수치로 나타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규 감염자가 55% 줄어든 이스라엘의 경우 백신 접종 효과로 평가되지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의 역학자 카이틀린 리버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겨울 동안 모임을 취소하고 집에 머문 것이 전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라별로 코로나19 대응 상황은 여전히 엇갈린다. 예를 들어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감염률이 치솟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확진율이 크게 줄긴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자연스러운 쇠퇴를 보였다. 케이프타운 의대의 마크 멘델슨 교수는 “어떤 시점에 이르러 바이러스가 더 이상 감염시킬 사람을 찾지 못해 주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최근 입원환자 수가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크게 줄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여러 봉쇄책을 쓰고 있는 유럽에서 프랑스는 5%, 이탈리아 2%, 스웨덴은 4% 줄어들긴 했지만, 큰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이라크는 338%가 급증하는 등 중동과 아프리카에선 지난 한 달 새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거나 다음 감염 파동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이 기간 동안 공중보건 조치에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 책임자인 브루노 산초 박사는 “감소 추세를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열린 것”이라며 “방역조치를 계속 철저히 지키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의 역학자 와파 엘사드르 교수는 “낙관적인 순간이지만 아직 여러 면에서 매우 취약하다”며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이지만 여전히 긴 터널”이라고 평가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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