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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세상이 버렸지만.. 폐허, 풍경이 되다

입력 2021. 02. 23. 21:42 수정 2021. 02. 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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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집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낡아 가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급속히 망가져 간다.

부대끼며 살아야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을 닮아서 우리가 만드는 것들도 사람의 손길이 끊기면 폐허가 돼버리는 운명을 가졌다.

"나는 그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네가 찾기만을 기다리는/ 폐허가 되었다."(이수정 '네가 떠난 나는 폐허가 되었다')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를 세월이 보듬어주듯 사람을 기다리는 폐허는 자연이 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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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폐교·폐역에 가다

사람이 사는 집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낡아 가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급속히 망가져 간다. 부대끼며 살아야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을 닮아서 우리가 만드는 것들도 사람의 손길이 끊기면 폐허가 돼버리는 운명을 가졌다. 그 황량함을 어느 시인은 자식을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에 비유했다. “나는 그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되었다/ 네가 찾기만을 기다리는/ 폐허가 되었다.”(이수정 ‘네가 떠난 나는 폐허가 되었다’)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를 세월이 보듬어주듯 사람을 기다리는 폐허는 자연이 품어준다. 사람이 찾지 않는 동안 자연과 어우러져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폐허가 곳곳에 생겨났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까닭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다.

① 하제항
폐선, 노을지다


지난달 18일 전북 군산 하제항. 1974년부터 어항이던 이곳은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되면서 기능을 상실했다. 물에 반쯤 잠긴 폐어선이 줄지어 있는 곳. 어선을 치우는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 방치돼 있다. 겨울엔 새만금호가 꽁꽁 얼어붙어 배에 가깝게 접근해 촬영할 수 있다. 평일인데도 그 풍경을 담으러 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② 경남 폐교
실습 비행기의 불시착


지난 17일 경남의 폐교. 2012년 경영난으로 폐쇄된 뒤 실습용 비행기 한 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녹슨 비행기에 내리쬐는 석양과 주변의 무성한 갈대가 외롭게 흘러간 시간을 말해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날개에서 ‘끼익’ 소리가 들리는 황량함을 앵글에 담으려는 이들이 제법 많다.

③ 경인랜드
추억 묻은 채


지난달 13일 경기도 부천 경인랜드. 2016년 문을 닫은 이 놀이공원은 복고풍 감성과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찾는다. 녹슬고 빛바랜 회전목마가 우리 기억 속의 화려한 놀이공원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④ 사릉역
잡초와 고양이


지난달 14일 경춘선의 폐역인 사릉역. 2010년 선로가 새로 깔리면서 운영이 종료돼 지금은 터만 남았다. 조선 정순왕후의 능이 근처에 있어 사릉역이라 불렸다. 잡초로 뒤덮인 철길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⑤ 횡성
짓다만 리조트


지난달 14일 강원도 횡성의 리조트.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공사하다 미완성인 채로 남겨졌다. 겨우내 내린 눈과 건물에 낀 이끼가 공존하며 방치된 세월을 보여준다. 예산과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잊혔던 공간이 ‘이색적 폐허’란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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