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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잔치 끝나나.. 美국채금리 급등에 증시 '출렁'

김신영 기자 입력 2021. 02. 23. 22:24 수정 2021. 02. 2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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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불안감 번지는 시장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채권 트레이딩룸에서 한 트레이더가 단말기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1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2% 선에 육박하는 등 최근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채권 가격 하락) 트레이더들은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지호 기자

23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19층 채권운용본부 회의실에 채권 트레이더 13명이 모였다. 회의실엔 긴장감이 흘렀다. 전날인 22일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1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연 1.9%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걱정일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 서강철 채권운용부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해서) 1조9000억달러의 재난지원금을 더 푼다는 소식에 미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국채 금리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자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미국 국채는 전 세계 시장 금리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저금리 잔치'가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금리 급등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2% 넘게 급락한 데 이어 23일 개장 직후엔 나스닥이 4% 하락했다. 한국인이 많이 투자한 애플과 테슬라 주가는 5%, 13%씩 급락했다. 미국 증시 충격 여파로 23일 한국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막대하게 풀린 돈, 번지는 인플레이션 공포

국채 금리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는 ‘동력(動力)’은 시장에 막대하게 풀린 돈이다. 1년 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최고 빠른 속도, 가장 큰 규모로 부양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해 푼 돈만 약 4조달러다. 2000년대 말 금융 위기 때 풀린 돈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시장에 돈이 이렇게 넘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무너지는 경제를 온 힘을 다해 방어하는 데 매진해 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그런데 지난해 말, 코로나 백신이 풀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곳곳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거대한 인플레이션’이라는 기사에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즉시, 지난 10년 동안 인류가 대응할 필요가 없었던 인플레이션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강철 부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양적완화 등으로 돈이 풀렸을 때 ‘몇 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다들 가졌지만 10년 넘게 물가는 오르지 않았고 그러다 코로나가 닥쳤다. ‘이번엔 (인플레이션이) 정말 올지도…’라는 불안이 시장에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앞으로의 기대 심리를 반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이후 최고치인 연 2.2%로 올라 있다.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코로나 직후 연 0.5% 선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가파르게 올라 1.3% 선을 넘어섰다. 채권은 만기까지 이자로 ‘지급할 돈’이 미리 정해진 투자 자산이다. 만일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받을 돈’의 상대적 가치가 하락해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금리 상승) 된다. 한국투자증권 오종현 부사장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 부양금 재원을 마련하려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도 채권 금리 상승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증시...미국 기술주 일제히 급락

채권 금리 상승은 사상 최고치로 올라 있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 금리와 함께 대출 금리가 오르면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영향으로 22일엔 나스닥이 2.5% 하락하는 등 그동안 많이 올랐던 기술주 위주로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애플이 3%, 아마존은 2.1% 하락했고 테슬라 주가는 8.6% 급락했다. 한국 증시도 23일 코스피가 0.3%, 코스닥은 1.9% 하락했다. 반면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JP모건(1.0%), 뱅크오브아메리카(1.8%) 등 금융주는 올랐다.

인플레이션과 채권 금리 상승이 시장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경기 회복을 뜻하기 때문에 경제에 전반적으로 좋은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심원용 연구원은 “수요가 늘어남으로써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과거 증시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유가·원자재값 상승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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