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한마디에 추락한 비트코인, 원금 회복도 버거운 잡코인

황의영 2021. 2.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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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암호화폐 시장
옐런 "비트코인은 투기성 높은 자산"
연일 때리자 하루 새 12%대 하락
한은 총재도 "왜 비싼지 모르겠다"
다른 코인들은 뒷전 밀려 바닥세
1000원 안 되는 '동전 코인'도 많아
가격 변동성 심해 투자 신중해야
암호화폐 가격 차별화가 심하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중 상당수는 과거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전광판에 다양한 암호화폐 시세를 표시한 모습. [뉴스1]

직장인 박모(32)씨는 2018년 1월 에이다·라이트코인·이그니스 등 일곱 개 암호화폐에 1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이후 박씨가 투자한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했다. 박씨가 개당 1500원에 샀던 에이다는 2019년 1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최근에는 에이다 가격이 개당 1100원대로 올라왔다. 하지만 박씨가 투자원금을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 박씨는 “(투자원금은) 없는 돈으로 치고 버티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2018년의 고점을 넘어섰지만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 소유자에겐 딴 세상 얘기다. 이더리움을 제외한 대부분은 2017~2018년 최고가에 미치지 못한다. 최고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암호화폐도 꽤 있다. 알트코인 중에는 개당 1000원이 안 되는 ‘동전 코인’도 흔하다. 주식시장의 비우량주에 빗대 ‘잡코인’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마켓캡에 상장한 암호화폐는 23일 기준으로 8549개에 이른다.

본전 찾기 어려운 알트코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에이다는 23일 오후 2시 1140원대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470% 올랐지만 2018년 1월 최고점(1755원)과 비교하면 35%가량 싸다. 또 다른 알트코인인 리플 가격은 올해 들어 146.5% 뛰었다. 현재 시세는 600원 안팎으로 과거 최고점의 7분의 1 수준이다.

익명을 원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2017~2018년에는 암호화폐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자금이 몰려 시장 전체가 광풍이었다”며 “지금은 글로벌 이슈가 비트코인에만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트코인만큼 (투자자의) 신뢰가 쌓이지 않은 알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알트코인은) 변동성이 극심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출렁이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때 개당 6만 달러를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개당 4만9710달러에 거래됐다.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12% 넘게 하락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비트코인 때리기’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줬다. 옐런 장관은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매우 비효율적인 결제 방식”이라며 “여기에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하다”고 비판했다.

암호화폐를 발행(채굴)하기 위해선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풀어야 한다. 여기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쓰는 전력 소비량은 아르헨티나의 전체 전력 소비량보다 많다.

“비트코인은 투기성 강한 자산,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 - 옐런

옐런 장관이 비트코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건 세 번째다. 지난달 미 상원의 장관 인준 청문회에선 “비트코인이 돈세탁에 이용됐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뉴욕타임스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강하고 종종 불법적 금융 행위에 쓰였다”며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좀 높은 것 같다” - 머스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비트코인이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이라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비트코인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 ECB가 비트코인을 사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 가격이 좀 비싸긴 하다”는 발언에 뒤늦게 반응했다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심하다는 경고는 이어진다. CNBC는 “10% 넘는 가격 변동은 암호화폐에서 보기 힘든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윌 홉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디지털 자산 투자자는 점점 광신도처럼 보인다”며 “금리가 오르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암호화폐(비트코인) 가치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의영·이승호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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