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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안에 내장이 있어서"..배달앱 '리뷰 테러'에 속끓는 사장님들

김근욱 기자 입력 2021. 0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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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황당한 리뷰 사례(네이버 카페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곱창 안에 내장이 있어서 곱창 못 먹었어요."

지난 21일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가게 사장은 "처음으로 별점 2점을 받았다"며 손님에게 받은 리뷰를 공개했다. 해당 손님은 곱창에 내장이 있어서 못 먹었다는 짧은 글과 함께 식당에 별점 2점(5점 만점)을 부여했다.

가게 사장은 "정말 답답하다. 소곱창에 곱이 없으면 곱창인가"라며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현명한지 의견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사장은 "이런 리뷰 받으니 스트레스만 쌓인다"며 글을 올렸다. 그가 공개한 리뷰엔 "맛있어요"라는 짧은 문구과 함께 별점 '1점'이 적혀 있었다. 이날 해당 커뮤니티엔 황당한 리뷰에 대해 고충을 호소하는 글만 16개 올라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배달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이용자의 '리뷰 테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리뷰 테러란 황당한 이유로 낮은 별점을 주거나, 한 식당에 지속적으로 '악성 리뷰'를 남기는 형태다.

◇ "악플 하나 달리면 매출 절반 뚝"

문제는 이같은 악성 리뷰 하나에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특히 소규모 식당의 경우 그 영향이 상당하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닭볶음탕집을 운영하는 이재명씨(50대·남)는 "악성 리뷰 하나가 달리면 그날 배달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며 "리뷰 내용과 관계없이 손님들은 '문제가 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프렌차이즈의 경우 댓글이 많이 달리니 악성 리뷰가 아래로 내려가 보이지 않지만 작은 식당은 애초에 주문이 많이 없어 댓글 하나, 평점 하나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상한 리뷰 하나 달리면 며칠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대부분의 배달앱에선 식당의 상호명과 함께 '별점' 정보를 제공한다. 별점 1점 또는 2점이 표기된다면 자영업자들은 다시 '별점 평균'이라 불리는 4점 이상을 회복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해야 한다. 별점 하나에 웃고, 별점 하나에 우는 '별점 전쟁'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뉴스1

◇ "첫 주문이에요" "생일이에요" "이사왔어요"

심지어 리뷰를 무기로 서비스를 요구하는 '신종 갑질 문화'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며 요청사항을 기입할 수 있다. '문 앞에 두세요' '나무젓가락 4개 주세요' 등의 요구가 일반적이지만 몇몇 이용자들은 당당히 '서비스'를 요구한다.

한 자영업자는 "첫 주문이에요. 생일이에요. 이사왔어요 등의 멘트가 요청사항에 올라온다. 어제는 친구 생일이니 많이 주세요라고 요청이 왔는데, 참 난감하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레시피와 정량에 맞게 제공하는 게 기본이지만, 요청을 받은 사장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서비스 음식을 챙겨야 한다. 고객 요청을 무시했다간 '별점 테러'에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아이가 다른 음식은 잘 못 먹고 군만두만 몇 개 먹을 줄 알아요. 서비스 챙겨달라고 했더니 달랑 자장면 2그릇만 왔어요"는 내용의 리뷰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배달업계, 악성 리뷰 대응 나섰지만 효과 '미미'

업계 관계자들은 '악성 리뷰'와 '솔직한 리뷰'를 구분할 기준이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부터 악성 리뷰에 대해 자영업자가 요청하면 30일 동안 게시를 중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요기요도 후기 악용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악성 리뷰를 차단하는 '클린 리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수개월 동안 이같은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음에도 자영업자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댓글 삭제는 쉽지 않은 문제다. 자영업자의 호소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용자의 알권리도 있다"며 "명예훼손 또는 조작·위법 댓글은 당연히 삭제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요청은 담당자들도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자에게 불리한 후기라고 해서 모두 삭제하는 건 댓글 조작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어떤 내용이 '리뷰 테러' '악성 리뷰'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정해진 바 없어 각 회사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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