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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의 오마이갓] 부활절 날짜는 왜 매년 바뀔까?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1. 02. 24. 07:21 수정 2021. 02. 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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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달걀. 40여일간 절제와 금욕의 사순기간을 거쳐 맞는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천주교, 개신교는 달걀을 선물한다. /이태경 기자

부활절은 양력+음력, ‘춘분 후 첫 만월 후 첫 주일’ 매년 날짜는 변해

신자들은 다 아시겠지만, 지금은 천주교·개신교의 사순(四旬)시기·사순절(四旬節) 기간입니다. 지난 2월 17일이 천주교·개신교의 사순시기·사순절이 시작하는 ‘재[灰]의 수요일’이었습니다. 이 날은 사순절의 시작이지요.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부활절 전날(토요일)까지 46일 중 6번의 일요일(주일)을 뺀 40일’이지요. 수식으로 정리하면 ‘재의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일+6주(42일)-6(주일 여섯번)=40’인 셈이지요. 덧셈, 곱셉, 뺄셈이 나오고 좀 복잡하지요?

‘40’이란 숫자는 성경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노아의 홍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헤맨 기간, 예수님이 광야에서 보낸 기간 등이 40입니다. 즉 40은 고난, 시험, 환난을 견디며 중요하고 역사적인 순간을 준비하는 기간이지요. 부활절에 앞선 사순절 역시 같은 의미입니다.

날짜 문제로 돌아가면, 사순절의 정의에서 보듯 사순절은 부활절에 연동됩니다. 그런데 매년 부활절과 사순절은 날짜가 다릅니다. 양력 날짜가 다르다는 뜻이지요. 부활절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순절도 매년 기간이 달라집니다.

제 주변에서도 간혹 ‘왜 성탄절은 12월 25일로 고정됐는데, 부활절은 매년 날짜가 다르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부처님오신날도 음력 4월 8일인데 왜 부활절은 음력도 아니고, 양력도 아니냐’는 질문도 있지요. 저도 ‘부활절이 왜 매년 날짜가 달라지는지’에 대해 여러 번 기사를 썼습니다만 여전히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 다시 말씀드리려 합니다.

2014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부활대축일 미사 모습. 코로나 이후로는 이렇게 빽빽히 앉아 미사를 드리는 풍경은 사라졌다. /조선일보DB

사순절은 부활절 이전 46일간

먼저 기준이 되는 부활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부활절은 ‘춘분 후 첫 만월(滿月) 후 첫 주일(일요일)’입니다. 양력(춘분)과 음력(만월)이 섞였고, 이 때문에 ‘양력도 음력도 아닌’ 기준이지요. 춘분은 양력 3월 21일이지요. 그러다보니 부활절은 대개 3월말~4월 중순 사이에 돌아옵니다. 2010년대 들어서 부활절 날짜를 보면 4월 24일(2011년), 4월 8일(2012년), 3월 31일(2013년), 4월 20일(2014년), 4월 5일(2015년), 3월 27일(2016년), 4월 16일(2017년), 4월 1일(2018년), 4월 21일(2019년) 그리고 작년엔 4월 12일이었습니다. 올해는 4월 4일 이지요. 지난 10년만 봐도 3월 27일~4월24일까지 거의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내년은 4월 17일이고요.

2018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개신교 부활절연합예배. 개신교계는 매년 부활절에는 교파와 교단을 넘어선 연합예배를 드리곤 했다. /이진한 기자

양력과 음력이 섞인 데서 보듯이 부활절 날짜는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논쟁을 정리하고 오늘날과 같은 날짜 기준을 마련한 것은 기원후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공의회)였다고 합니다. 니케아 공의회는 과거 중고교 시절 세계사를 배운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겁니다. 이 공의회는 ‘삼위일체’에 관한 교리를 확립하기도 했지요.

이후 서방 교회는 부활절 날짜를 ‘춘분 후 첫 만월 후 첫 주일’로 정했답니다. 이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도 신·구교를 막론하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요. 부활절·사순절의 풍경은 천주교와 개신교가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사순절의 키워드는 ‘절제’ 천주교는 ‘알렐루야’도 금지

대표적인 차이는 ‘알렐루야’(할렐루야)입니다. 천주교에서는 사순시기에는 ‘알렐루야’가 금기입니다. ‘알렐루야’는 히브리어로 할렐루야(hallelujah) 즉 ‘하느님을 찬미하라’는 뜻입니다. 천주교는 미사 중 제2독서와 복음 사이에 ‘알렐루야’를 외치지만 1년 중 사순시기만은 예외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참회와 희생, 극기(克己), 회개와 기도로 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이 기간엔 ‘절제’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엔 사제와 부제의 제의(祭衣)도 참회와 보속을 의미하는 자색(紫色)으로 바뀌고, 오르간 독주(獨奏)도 금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엄숙한 40일을 보낸 후 부활대축일 성야(聖夜) 미사 때에는 다시 ‘알렐루야’가 제창됩니다. 예수 부활을 축하하는 의미이지요. 반면 개신교는 사순절 기간에도 알렐루야를 금하지 않습니다. 종교개혁가 칼뱅은 사순절 자체를 비(非)성경적으로 보기도 했다지요.

2020년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개신교계 부활절연합예배. 거리두기 때문에 연합예배임에도 대부분 자리를 비워둔 채 열렸다. /고운호 기자

부활절·사순절과 관련해 개신교와 천주교 사이에 공통점도 많습니다. 공통 키워드는 역시 ‘절제’입니다. 이 기간 많은 개신교 교회들은 ‘특별 새벽 기도회’와 자발적 금식 기도 등을 합니다. 특히 사순절의 마지막 부활주간(고난주간)엔 거의 모든 교회가 특별새벽기도회를 열곤 합니다. 개신교와 천주교 모두 사순절 기간은 참회와 회개하며 부활의 빛을 맞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인 셈이지요.

부활절 예배와 미사 회복되면 감동 더할 듯

천주교·개신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부활절과 사순절에 대한 기억은 있을 겁니다.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달걀’이 아닐까 싶네요. 신문사에도 교회나 교계 단체에서 달걀을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예쁘게 포장된 달걀이 도착하면 신자가 아닌 동료들도 “곧 부활절인 모양이지?”하고 반기곤 했습니다. 그랬던 부활절 풍경이 지난해 완전히 바뀌어버렸지요. 한국에 천주교와 개신교가 전래된 이후 처음으로 비대면 부활절 미사와 예배가 열렸습니다. 당시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모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성탄절에 이어 올해 부활절까지도 정상적인 대면 예배와 미사는 어려울 모양입니다. 신자들이 교회를 가득 채우던 고난주간 새벽기도회도, 부활대축일 전야의 성대한 미사도, 부활절 달걀 선물도 이젠 모두 아련한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종교와 관계 없이도 1년 중 1개월반 정도는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며 참회하고 절제하며 보내는 사순시기, 사순절이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일상생활 자체를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도 이 사태가 끝나고 일상을 회복하게 된다면 더욱 기쁘고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치 사순시기와 사순절을 절제하며 보낸 후 맞는 부활절이 감동적이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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