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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고 마늘 깠던 요양보호사의 고백 "우린 아줌마가 아니다"

김종훈 입력 2021. 02. 24. 17:09 수정 2021. 02. 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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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노우정씨.. 3월 25일 '하루멈춤' 예정

[김종훈, 이희훈 기자]

[기사 수정 : 25일 오전 8시 5분]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노우정 위원장
ⓒ 이희훈
 
"우리는 유령 노동자이자 그림자 노동자다."

23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노우정(52)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요양보호사인 스스로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앞서 노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소속 요양보호사들은 22일 서울을 비롯해 인천, 원주,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수당 10만 원 지급과 생활안정 대책 마련, 허울뿐인 방문돌봄종사자 한시지원금 규탄' 전국동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달(1월)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연소득 1천만 원 이하 및 2020년 월 60시간 이상 노무를 제공한 달이 6개월 이상'이라는 조건을 달고 "요양보호사 및 방과후 학교강사 등 9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 원을 지원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 위원장은 이 같은 정부 지원대책에 대해 "정책을 만드는 인사들이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면서 "코로나 시대, 필수노동자를 지원한다는 생색만 내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재가방문요양보호사의 경우 어르신 한 명만 케어할 경우, 달에 56만~57만 원 정도의 급여만 받습니다. 당연히 생계를 위해 하루 두 타임을 일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월에 115만 원 수준의 급여만 받습니다. 문제는 코로나 확산 이후 일 자체가 줄어 들어들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지난해 제대로 일을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조건을 달고 지원책을 발표한 겁니다. '코로나가 없던 2019년에는 적게 일하고 코로나가 확산된 2020년에는 많이 일한 사람만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도대체 이런 정책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실제로 지난 5일 마감된 정부의 이번 한시지원금 지급 사업은 당초 목표치였던 9만 명보다 약 1만 2000여 명 적은 7만 8000명의 요양보호사와 방과후 학교 종사자만 지원했다. 현장에서 뛰는 44만 명이 넘는 요양보호사 중 일부만 자격요건을 충족해 정부 지원금을 신청했다 의미다.

"침 뱉고 욕하고 깨물고..."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노우정 위원장
ⓒ 이희훈
 
노 위원장은 지난 22일부터 매일 오전 8시 30분 청와대 앞에서 '말로만 필수노동자, 상시적 위험수당 지급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노 위원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보호사들은 정말로 손주 한 번 못 보고 자기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선 체크 후 보고는 기본이고, 다들 집-요양원, 집-어르신댁만 오가며 방역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개인이 감수하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공공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요양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주일에 한 번 코가 헐 정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시리고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이러한 검사를 근무시간 이외에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일요일에 거의 진행하고 있어요. 서울에 사는 요양보호사들은 광진구 보건소로 가서 받으라고 요구받고 있고요. 거기 가야 아침에 가면 저녁에 결과를 알 수 있다고. 그러니 요양보호사들은 자신이 어디에 살든 일요일 아침이면 광진구 보건소로 가야 하는 겁니다. 당연히 무급이고요."

하지만 노 위원장을 비롯해 요양보호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으니, 바로 요양보호사에 대한 '폭력'과 '무시'다.

"일을 하다 보면 욕도 많이 먹고 폭력에 쉽게 노출돼요.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침을 많이 뱉거든요. 때론 물기도 하고. 그런데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어려움을 호소해도 요양보호사를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제도 자체가 없으니까요."

"가장 일상적인 무시는 '아줌마'라는 호칭입니다. 이로 인해 마늘까기부터 애완견 돌보기까지 이것저것 다 시켜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아줌마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르신께서 불쾌해 하셨지만 '알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호칭이 익숙지 않으니 이후엔 아예 '아줌마'를 빼고 부르더라고요."

실제로 지난해(2020년)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기요양요원 4000명 중 수급자나 가족으로부터 '언어적 폭력'을 당한 비율은 25.2%,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경험한 사람은 16.0%, '성희롱, 성폭력'을 당한 비율은 9.1%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 결과를 발표하며 "장기요양요원 보호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장기요양요원의 권리보호를 위해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설립을 확충하고, 건보공단에서 수급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 요구해선 안 되는 사항 등 권익 관련 사항을 안내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바뀌지 않는 현실... 3월 25일 '하루멈춤' 예정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노우정 위원장
ⓒ 이희훈
 
그러나 요양보호사를 위한 공공성 확충의 길은 여전히 멀다. 요양비의 85%를 국가가 지원하지만 지난 2016년 기준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운영 현황에서 우리나라는 0.4%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스웨덴과 일본은 각각 72%, 2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 위원장은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고 요양보호사가 국가자격제도로 도입된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면서 "숙련도가 요구되는 직업임에도 급여 또한 항상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요양보호사도 코로나19 시대 의료인력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와 달리 위험수당은 항상 배제됐어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22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의 직종에서는 1일 15만 원, 2일째부터는 5만 원씩의 위험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정부 각 부처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고 챙겨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이 소속된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오는 2월 27일에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코로나 시기 해고 금지와 상시적 위험수당 월 10만 원 지급'을 요구하며 투쟁 선포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25일에는 전국 요양보호사들의 '하루 멈춤' 쟁의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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