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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위협, 동성간 성폭행까지..추악해지는 학폭 폭로

하경헌 기자 입력 2021. 02. 24. 17:14 수정 2021. 02. 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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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번 터져나오기 시작한 폭로는 갈수록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폭행이었던 폭로의 내용은 마사지 강요에 집단 폭행, 흉기 위협 등 수위가 더해지더니 급기야 동성 간의 성폭행까지 포함됐다. 폭로를 하는 쪽도, 당하는 쪽도 극단적인 내용으로 인한 상당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폭로 관련 이미지. 김상민기자

2021년 체육계는 이달 초부터 나오기 시작한 선수들의 학교폭력 폭로로 멍들고 있다. 처음에는 선수에 대한 폭로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선수와 감독의 과거 폭행사건까지 재소환됐다. 종목 역시 처음에는 배구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야구와 농구, 축구 등 대한민국 주요 프로스포츠 종목이 모두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시작은 지난 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흥국생명 이다영·이재영 자매에 관련한 폭로였다. 최초 폭로자의 글 내용에는 금품갈취, 폭언, 외압, 집단 얼차려 등이 포함됐다. 특히 흉기로 협박을 했다는 내용이 크게 논란이 됐다. 결국 이 부분이 많은 대중의 공분을 샀고 결국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프로경기 무기한 출장정지와 함께 국가대표 자격도 박탈됐다.

이어 배구 남자부에서는 실제 폭행에 의한 상해정황도 발견됐다. 흥국생명 선수들에 이어 학교폭력 폭로가 나온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 중 송명근은 피해자의 급소를 폭행해 신체를 손상시킨 정황이 발견됐다. 그리고 선수가 피해자의 수술 사실에 대해서도 조롱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또 다른 폭로선수 삼성화재 박상하의 폭로내용에는 감금과 집단 폭행 등 중범죄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박상하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누리꾼은 과거 동창생들에게 납치 및 감금을 당했으며 14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결국 박상하는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법적대응을 천명했다.

폭로는 종목을 넘어 프로야구, 프로농구로까지 확산됐다. 대전 소재 한화 구단의 선수 A와 수도권 구단의 선수 B와 C가 폭로의 대상이 됐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프로농구 현역 D씨가 대상에 올랐다. 또한 국가대표 출신으로 프로축구에서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E씨 역시 폭로의 대상이 됐다.

E씨의 폭로에서는 특히 동성 간의 성폭행 내용이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한 번 터져나오기 시작한 학교폭력 폭로는 갈수록 수위를 더하면서 자극의 역치를 높이고 있다. 24일에는 급기야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출신으로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에 대한 폭로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됐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이러한 무분별한 폭로가 오히려 사건의 실체와 진실성을 가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학창시절 일에 대한 명확한 증거 없이, 단지 한 개인의 왜곡된 기억으로 피해사실을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다영·이재영이나 송명근과 심경섭, 박상하 등 배구선수들의 경우 폭로가 나오자 본인들이 바로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구단이나 해당 연맹의 징계를 받거나 스스로 시즌을 마치는 등 자체적으로 처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폭로가 나온 세 명의 야구선수와 농구, 축구선수들은 모두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허위사실에 대한 법적대응을 천명했다.

가해사실을 인정한 삼성화재 박상하 역시 “학교폭력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폭로글에 게시된 14시간 집단폭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화 소속의 선수 역시 24일 법무법인 통해 입장을 내고 “주장은 실체적 사실과 괴리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폭로가 나온 축구선수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고, 또 다른 선수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학교폭력 문제라면 당연히 사과해야겠지만. 성폭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최초 폭로에서 나왔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이후 사례에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지난한 진실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사건을 대하는 대중 역시 양 측 중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 혼란한 상태에서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시련의 봄’은 계속 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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