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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딴판인 '장애친화 산부인과'

헬스경향 강태우 기자 입력 2021. 02. 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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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장비 부족 등 열악한 환경
의료진 응대 방식도 미숙

2013년부터 운영 중인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현재 5개 시도에 편중돼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추가 지정 시 여성장애인들의 의료접근성을 위해서 반드시 지역편차가 고려돼야한다.

#전남에 거주 중인 척추장애 중증장애인 A씨. 임신상태였던 A씨는 장기가 눌리다보니 태아와 산모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고위험군인 산모를 돌봐줄 산부인과에 가기 위해서는 광주까지 가야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우여곡절을 거쳐 온 가족의 도움으로 광주의 종합병원에서 건강한 태아를 출산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네”라는 말을 외국친구으로부터 들었던 적이 있다. 사실은 장애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불친절하다. 여러 가지 편의시설은 물론 인식도 그렇다.

여성장애인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로 이들의 건강권·모성권이 지켜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생리, 여성질환, 임신·출산까지 여성장애인의 생애주기에 산부인과는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장애친화 산부인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산부인과가 부족한 데다 지정병원들마저 열악환 환경 등으로 명칭과는 달리 전혀 장애친화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열악한 장애친화 산부인과

현재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지자체 자체사업으로 운영된다. 대전, 광주, 전북, 전남, 경남 등 5개 지역에 총 15곳이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19년 6월~12월까지 6개월간 전국 15개 장애친화 산부인과 중 6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전동식수술대, 휠체어체중계 등 의료장비와 시·청각장애인 응대서비스 같은 진료환경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문애준 공동대표(전남여성장애인연대)는 “지정병원 중 실제로는 여성장애인 이용이 없는 곳도 있다”며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공간 확보나 접수대높이 낮추기 등 시설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5개 시도에 편중돼 여성장애인에게 의료격차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강원도, 제주도 등 지정병원이 없는 지역 여성장애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지자체 자체사업으로 추진돼 지역편차가 존재했다”며 “하지만 올해 3월에 기준을 마련한 다음 장애친화 산부인과 8곳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며 설립지역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규 지정될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시설 및 전문인력 확충과 함께 지역격차가 반드시 고려돼야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여성장애인들의 산부인과 방문문턱을 낮추기 위해 접수부터 진료까지 전 과정에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법안통과 및 예산안편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 시설확충만큼 의료진 인식부족도 시급한 문제다.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도, 대처방법 등 의료진 인식개선방안도 함께 고민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진 인식개선 시급

시설확충만큼이나 시급한 문제는 장애인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부족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장애친화 산부인과 연구보고서(2020)에 따르면 한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간호사가 전동휠체어 작동법을 모르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등 장애인 응대방식이 미숙했다. 또 청각장애인임을 알렸지만 지속적으로 말로만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장애인 스스로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데도 모든 것을 보호자와 소통하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문애준 대표는 “고위험산모에 속하는 중증장애인의 산부인과 방문 시 의료사고를 우려해 큰 병원으로 가라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각 장애유형에 대한 이해도와 대처방법 등 의료진 인식개선을 위한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병원에 대해 의료진 장애인식제고를 위한 교육을 추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식개선은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렵고 시간도 필요하다. 따라서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마련하고 지속적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제도 넘어 장애친화사회 이룩해야

힘들게 출산에 성공해도 산후관리, 양육 등 여성장애인의 어려움은 여전히 산재해있다. 따라서 향후 장애친화 산후조리원, 홈 헬퍼 등의 국가적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장애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한다. 그때 비로소 진짜 장애친화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헬스경향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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