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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 똥은 방사선 줄인다" 인도 정부의 황당한 소 '신성화'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21. 02. 24. 17:32 수정 2021. 02. 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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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힌두교도들이 신성시하는 “인도 소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뿜는다” “인도 소의 똥에는 방사선을 줄이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

인도 정부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인도 소에 좋은 것은 다 갖다 붙인 듯한 ‘소 과학(cow science)’ 과목을 고교생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신설하고 25일 전국적으로 1시간짜리 온라인 시험까지 치르려다가 막판에 무기한 연기했다. 이미 인도 전역과 인도계 미국인들까지 50여 만 명이 시험을 치르겠다고 등록한 상태에서, 지난 20일 “행정적 절차”를 이유로 들어 연기했다. 인도 과학계에선 신설된 소(牛) 과목의 내용을 놓고 “힌두 민족주의와 종교를 내세우기 위해, 과학을 희생시키며 비과학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공부하게 한다”는 비난이 거셌다.

BJP 정당의 나렌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한 이래 힌두 민족주의를 강력히 주창했다. 역사책에서도 무슬림 왕조가 다스리던 시기는 들어냈고, 이슬람 이름의 궁전은 힌두 이름으로 바꿨다. 작년 12월에는 무슬림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국적법도 제정했다. 인도 국민의 80%는 힌두교도다. 힌두 민족주의자들로 구성된 ‘소 보호’ 무장 폭력단은 무슬림이나 다른 소수계 민족이 거래하는 소 트럭을 공격해, 2015년 5월~2018년 12월에만 44명의 거래업자들을 살해했다. 이 중 36명이 무슬림이었다(2019년 휴먼라이츠워치 발표). 인도 경찰은 살인한 자경단원들의 법적 처리를 지연시켰고, BJP 정치인들은 이들 힌두 자경단을 옹호했다.

인도 소의 특별성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모디 총리의 농축산부 산하에 설립된 ‘국가 소(cow) 위원회’는 낙농 개선과 소 똥의 유용성, 소 관광, 인도 소와 외국 소의 차이 등을 다루는 ‘소 과목’을 신설했다. ‘합격증’을 주는 전국적인 ‘소 과학 시험’은 학생들에게 ‘교과 외 활동’으로 권장됐다. 소 위원회는 최고 득점자에겐 상금까지 내걸었다. 당연히 학생들은 장래 경력을 위해서 이 과목을 듣는다. 문제는 내용 중에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인도 고유의 소인 제부(zebu). 어깨에 큰 혹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위키피디아

흔히 ‘제부(zebu)’라 불리는 인도 소는 어깨에 큰 혹이 있고, 열과 가뭄, 특정 질병에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우유 생산량은 적다. 그런데 ‘소 과목’의 내용엔 “인도 소의 어깨 혹엔 솔라 파(solar pulse)가 있어, 태양광선으로부터 비타민 D를 흡수하고 이를 우유로 방출한다” “혹이 없는 저지(Jersey)소엔 그런 능력이 없다” “인도 소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보이지만, 외국산 소는 그런 게 없다” “인도 소는 늘 준비돼 있고 강하지만, 외국 소는 게으르다” “인도 소는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 등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내용이 많다. 인도의 BJP 정부는 소의 똥과 오줌을 소재로 한 다양한 비누와 건강 음료도 승인했다.

‘인도 지식과학사회’라는 비영리 교육단체는 “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신비’를 가르치는 꼴”이라며, 모디 정부의 ‘인도산 소’ 교육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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