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와 2도의 차이..자칫하면 지구는 '산불 지옥'

이정호 기자 2021. 2.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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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GIST 윤진호 교수팀 발표
미 서부·지중해서 발생 늘고
동아시아도 1년의 절반 ‘위협’
상승폭 1.5도로 억제해야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에서 2.0도로 0.5도만 높아져도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크게 늘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북미 서부와 지중해에선 산불 발생 가능성이 두 배 늘어나고,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에선 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산불이 많이 일어나 한 해의 절반을 산불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 밀어닥친 혹한의 원인으로도 온난화가 지목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강원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노추산에서 난 불이 이튿날인 21일까지도 꺼지지 않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들이 불갈퀴로 낙엽과 부산물을 긁어내며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팀은 기후변화와 산불 발생의 관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 온라인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국제사회에선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 상승폭을 본격적인 산업화 이전인 19세기 후반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묶을 수 있느냐가 화두다. 세계 각국이 2016년 시행한 파리협약에서 기온 상승폭을 2도로 제한한다는 합의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과학계와 섬 국가를 중심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일 때와 2도일 때의 결과는 상당히 다르다. 2100년 지구 기온이 1.5도 올랐다고 가정하면 해수면 상승폭은 기온이 2도 올랐을 때보다 0.1m 낮아진다. 섬과 저지대에서 사는 1000만명을 수몰 위험에서 구할 수 있다. 바닷속 산호는 기온이 2도 오르면 99%가 죽어 사실상 멸종한다. 하지만 1.5도로 묶으면 이보다 나은 70~90% 수준까지 폐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 현재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 올랐다.

국내 연구진은 1.5도와 2도 상승의 차이점 가운데 규명되지 않았던 대형 산불과의 관계를 분석해 이번에 발표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습도는 떨어지면서 산에 불이 붙기 쉽고 번지기에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기온이 2도 오르면 1.5도 올랐을 때보다 북미 서부와 지중해 부근에서 산불 위험이 두 배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구진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선 산불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시기가 현재의 봄철에서 겨울철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 기온이 2도 오르면 한겨울인 12월과 이듬해 1~2월부터 산불이 다수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10~2019년 발생한 국내 산불 가운데 58%가 봄철인 3~5월에 일어났다. 기온이 2도 오르면 한 해의 절반을 산불 위협에 시달리는 셈이다. 최근 강원 정선과 경북 안동 등에서 발생한 겨울철 산불이 비일비재해질 수 있다. 윤진호 교수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며 “각국이 노력해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억제한다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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