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흑자' 속 기재부 배당에 KBS 이사들 "반대"

정민경 기자 2021. 2. 2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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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S 327억 흑자에 10% 배당 논의… KBS "기재부와 더는 협상 어려워"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해 KBS 당기순이익은 327억원 흑자였다. 인건비 절감과 자산매각으로 인한 불황형 흑자다.

KBS가 2020년 회계연도 결산을 이사회에 보고한 가운데, 300억 규모의 불황형 흑자를 기획재정부에 배당하는 일을 두고 KBS 이사들 사이에선 반대 의견이 나왔다.

앞서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결산을 한 결과 약 300억 원의 흑자를 봤는데 올해 방송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다시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불황형 흑자'를 설명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양승동 KBS 사장 “국민 초청 숙의민주주의로 수신료 설득” ]

2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2020년 회계연도 결산안, 2020년도 자본예산 이월안, 2021년 기본운영계획안, KBS제주 UHDTV 방송국 개국 추진안이 모두 의결됐다.

이날 이사회에서 가장 논의가 길었던 안은 2020년 회계연도 결산안이었다. 결산안에 포함된 배당 문제 때문이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수신료 인상하려고 비용 절감했는데 국고 납부?”

올해 기획재정부는 KBS에 10.1% 배당을 요청했다. 이에 따르면 KBS는 33억원을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

김영근 KBS 이사는 “기재부에 10% 배당을 하는 것이 최종안으로 결정된 것이냐”라며 “지금처럼 엄혹한 KBS의 재정 상황에서 배당금이 가능한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병걸 부사장은 “KBS 정관에 따르면 기재부에 배당하는 것은 이사회 협의로 하게 돼 있다. 어제(23일) 세종시에서 협의체가 열렸다”며 “다른 공기업 흑자와 달리 KBS 흑자는 불황형 흑자이므로 다른 공기업 수준과 같은 배당금은 낼 수 없고 8% 배당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임 부사장은 “기재부에서는 10%를 요구했다. KBS로서도 국가적 재난 상황을 맞아 중소기업을 살리는 지출 등으로 생각해 합의됐다. 이사님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전했다.

▲KBS 이사회의 모습. 사진=KBS

서재석 이사는 “국가 재정 어려움을 말했지만 기재부에 33억원이라는 돈이 큰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기록하고 싶다. 내년에는 합의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욱 이사는 “배당이라는 것의 정의가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냈을 때 주주에게 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KBS의 경우 영업 이익이 아니라 수신료를 통해 낸 이익이고, 수익 광고도 있으므로 양보해서 배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은 사업 이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욱 이사는 “현재 KBS 이익은 사업 이익이 적자인 상태고 자산을 매각하고 긴축을 해서 얻은 흑자인데 이를 배당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서정욱 이사 역시 회의록에 반대 의견을 남겨놓겠다고 밝혔다.

문건영 이사 역시 “사업 이익이 날 때 배당하는 것이지 배당 의미가 맞지 않는다”며 이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승동 KBS 사장은 “이사님들 말씀이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국책 사업과 연관해 150억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고, 재난 방송 시스템 구축과 콘텐츠 지원 등을 요청할 수 있음을 감안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황우섭 이사 역시 “배당 반대”라며 “현재 KBS가 해야 할 공적 책무가 많아 수신료를 인상하려고 했고 비상경영을 통해 매우 힘들게 절감했다. 그런데 이를 국고에 납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일형 이사와 박옥희 이사는 현재 코로나19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기재부와의 상호협력을 염두에 두고 반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의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임병걸 부사장은 “더는 협상이 어렵다”며 “기재부와 신의 문제도 있고, 다른 공공기관은 38%의 배당을 하는 등 높은 비율로 배당하는데, KBS는 어려운 사정을 말하고 10% 배당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사회는 표결로 해당 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황우섭 이사와 서재석 이사가 반대했다. 그 외 이사장을 포함한 9명의 이사는 해당 안에 찬성했다.

지상파 위축에 광고수입 229억원 감소

한편, 2020년 KBS 회계연도 결산안에 따르면, KBS의 2020년 전체 수입은 1조4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억원 감소했다. 비용은 1조40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5억원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27억원이었다.

수신료 수입은 징수 대수(TV)가 32만대 증가해 85억원 증가했다. 광고 수입은 지상파 광고 수입 축소에 따라 229억원 감소했다. 기타 방송수입은 유튜브, OTT 투자 등 196억원 증가했고, 사업외수입은 전년 대비 225억원 감소했다.

방송제작비는 코로나 관련 제작 축소로 412억원 감소했고 시청자 사업비는 36억원 감소했다. 인건비는 임금동결 등으로 129억원 감소했다. 법인세 납부 금액은 83억원이었다.

이날 보고된 재무현황에 따르면 자산은 1조27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억원 감소했고 부채는 5511억원이다. 자본은 7216억원으로 326억원 증가했다.

김영헌 감사는 “2020년 흑자 발생은 수입이 늘어서가 아니라 비용 절감에 따른 것이라 언제든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래성장 동력 제고를 위해 사업 확대를 통한 실질적 재무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됐다.

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와 수입 증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긴축 재정을 통한 수지 개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KBS 흑자는 영업 이익으로 인한 것이 아닌 긴축 재정에 의한 한시적 흑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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