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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매일 8km '험난한 등굣길'..십수 년째 발만 동동

이예원 기자 입력 2021. 02. 2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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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에 가려면 10리 길을 가야 한다' 산속 마을이 아닌, 경기도의 한 동네 얘기입니다. 학교까지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인데, 곳곳에 화물차가 다니고 인도가 끊어져 있기도 합니다. 멀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부모들이 차로 태워주거나 학원 차에 태우곤 하는데, 이런 환경이 십 년 넘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 광주시 삼동에 사는 강모 씨는 3년 전,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딸 유나의 초등학교 입학 때문이었습니다.

집 근처엔 학교가 없어 4km 떨어진 학교에 배정된 겁니다.

출근 전에 데려다주려고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강모 씨/경기 광주시 삼동 : 폭우가 오거나 사고가 났거나 눈이 왔거나 이럴 때는 왔다 가는 데 한 시간 걸린 적도 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엔 직장을 포기하고…]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준연 군도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게 익숙합니다.

하지만 엄마 손주미 씨는 늘 걱정입니다.

[손주미 정준연/경기 광주시 삼동 : 여기 올 때 인도가 끊어진 상태였어요. 큰 차들이 워낙 많이 지나다니고. 이만한 트럭, 저런 것보다 더 큰 트럭.]

대중 교통을 이용해도 학교까지 8개 정거장, 걷는 시간을 포함하니 어른 걸음으로 40분 가까이 걸립니다.

등굣길 상황을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 빌라 단지에서 출발해 초등학교까지 가보려고 하는데요.

지도 앱을 찾아보니까 총 1시간 동안 6200여 걸음을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큰 도로로 나가자마자 바로 옆으로 화물차가 지나갑니다.

좁은 인도를 따라 계속 걷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뛰어 건넙니다.

지금 40분 정도 걸어왔습니다.

제 옆으로 이렇게 트럭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데요.

왼쪽으로 붙어서 걷자니 아래로 빠질 수가 있어서 상당히 난감한 상황입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지금 제가 걸어온 길이 여기에서 끊겼는데요.

지도상으로 이쪽으로 가야하는데 제가 갈 수 있는 폭이 사람 한 명이 서면 가득 차는 정도밖에 안 됩니다.

[와 여긴 진짜 좀 무섭다.]

그 이후로도 한참을 걸어야 학교가 보입니다.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성인인 제 걸음 기준으로 1시간 10분 걸렸습니다.

총 4km.

학교를 설립할 때 초등학생들의 통학 거리는 1.5km 이내 여야 합니다.

걸어서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학교를 설립할 때의 입지 선정 기준입니다.

A초등학교가 지어진건 1951년, 그 이후 주거 지역이 생긴 현실은 반영되지 못하는 겁니다.

A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3명 중 1명 꼴로 멀리 다니고 있습니다.

지역 학원에서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학원차로 등하교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마저도 어렵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도로교통법이 바뀌면서 아이들을 돌볼 동승자를 추가로 태워야 하는데, 비용 등 여건이 어렵다는 겁니다.

[손주미 : 학원 차량 운행해주시는 학원 선생님들께 감사했죠. 이젠 등원이 불법화돼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많은 상태입니다.]

학교 신설 계획은 여전히 없습니다.

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학령인구는 36학급 1080명입니다.

하지만 삼동 인근 세개 동의 학령인구는 절반 수준입니다.

또 앞으로 지역 개발 계획도 없다는 게 교육지원청의 설명입니다.

다만, 주민들과 계속 논의는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광주하남교육지원청 관계자 : 초등학교 단설 설립 요인은 미진하니 초중통합학교 운영이 어떨까 (협의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 2025년에서 26년… (통학버스는) 업체를 선정해야 하고 거점도 지정해야 합니다. 안전대책 수립까지 판단하면 빠르면 3월 하순께…]

주민들은 이제라도 논의가 나아가 다행이라면서도, 한편으론 여전히 불안합니다.

십수년 째 방치된 현실을 봤기 때문입니다.

삼동의 한 빌라에 10년 동안 산 김모 씨는 결국 세 달 전 초등학교가 인접해있는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김모 씨/경기 광주시 태전동 : 거의 코너에 몰리다 보니까 아이한테 그거 하나는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출을 어마어마하게 껴서 (왔어요.)]

이사를 오지 못한 은설이의 친구들은 여전히 4km 떨어진 학교에 다닙니다.

[이은설 : (학교 다닐 생각 하니까 어때요?) 좋은데 슬퍼요, 조금. (왜요?) 친구들이랑 헤어지는 거요.]

이사를 왔지만 그래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입니다.

[김모 씨 : 아직도 거기에는 저희 아이 친구들도 많이 살아요. 다들 그렇게 위험하게 다녀야 해요. 거기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건 성인인 저희가 아니라 아이들이거든요.]

한 학부모는 경제적 약자라는 이유로 교육적 약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의무교육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고장 난 신호등과 색이 다 바랜 횡단보도처럼 문제는 방치됐고 또 다시 개학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VJ : 박선권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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