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부처 다 반대 가덕도法 文은 강행, 선거에 미친 정권

2021. 2. 2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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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지난 2월 9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을 옆에 세워두고 가덕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관련 정부 부처가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가덕도를 정부 부처들이 반대하는 희한한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법률 문제를 따지는 법무부가 모두 “적법성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항 건설은 먼저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입지 선정 및 타당성 조사, 경제성 평가, 기본 설계 등 여러 단계를 거친 뒤 추진하는 것인데, 가덕도 특별법은 이 모든 절차를 건너뛰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조차 “동네 하천 정비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황당해할 정도다.

선거를 앞둔 여야가 앞다퉈 띄우고 있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적 타당성을 떠나 안전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다. 2016년 프랑스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의 평가에서 가덕도는 안전성·경제성 모두 최하위였다. 당시 ADPi는 가덕도 공항이 태풍·해일 등에 취약하고 바다를 메워야 해 지반까지 약하다고 했다. 매립 토양이 액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토부도 국회 제출 보고서에서 “가덕도는 활주로가 2번 이상 외해(外海)에 노출돼 지반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건설할지 계획도 없고, 공항이 안전한지조차 의문인데 ‘입 닥치고 무조건 하라'고 법으로 강제하는 격이다. 이 정권의 속셈은 ‘무조건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일단 질러서 표를 얻고 그 뒷 일은 모르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 ‘뒷일’은 누구도 감당 못할 사태가 될 수 있다.

국토부는 자체 검토를 통해 안전사고 위험, 침하 가능성, 환경 파괴, 경제성 하자 등 7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사실상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업비도 28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국토부는 불안했던지 법무법인에 자신들의 책임 문제를 의뢰했다. 법안에 찬성할 경우 ‘형법상 직무 유기나 공직 관련법상 성실 의무 위배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대통령을 거역하는 반대가 아니라 나중에 감옥 안 가려는 면피용 반대를 하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부끄럽다고 고백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을 만들고 심의하다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 “네 번 국회의원 하면서 낯부끄러운 법안이 통과되는 것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기가 막힌 법은 처음 본다”는 등의 장탄식을 쏟아낸 것이 속기록에 기록돼있다. 그러면서도 의원들은 당론을 따라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겼다. 이대로 가면 곧 본회의도 통과할 것이다.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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