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기다려 겨우 바다에 뿌려".. 가족 아니면 치르기 힘든 '장례'
[앵커]
부모나 자녀, 형제 등 '법적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죽은 이른바 무연고자의 경우 장례를 치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법적 가족'이 아니어도 사실혼 배우자나 친구가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는데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합니다.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9월 모명상 씨는 40년 지기를 대장암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보고 싶구나. 보고싶구나."]
남편과 자녀와의 연락을 끊고 산 친구였지만 모 씨와는 꾸준히 연락했습니다.
병원 입원은 물론 임종까지 모 씨가 지켜봤습니다.
[모명상 씨 : "사망하실 것 같다고 그래서 제가 달려갔더니 막 숨이 멎었더라고."]
'물에 뿌려달라'는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 했는데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를 바로 치를 수 없었습니다.
[모명상 씨 : "가족 아니면 안 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망) 19일 되는 날 벽제 화장터에 가면 거기서 유골을 받을 수 있다고…."]
지난해 1월 복지부는 '사실혼 관계'나 '친구' 등 법적 가족이 아니어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장사법 관련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배우자나 자녀, 부모와 형제 자매에게 시신 인수 여부를 확인해 고인이 '무연고자'가 된 뒤에야 가능합니다.
이 기간만 최대 14일, 고인과의 관계 증명 등 여러 행정 절차를 거치다 보면 한 달 가까이 시신이 냉동고에 보관되기도 합니다.
[서울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가족분들에게 시신 인수 요청을 보내드리거든요. 그러면 2주 동안 저희한테 회신을 하게끔 돼있어요."]
전문가들은 생전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박진옥/공영 장례 단체 '나눔과나눔' 상임이사 : "무연고가 된 이후에 장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생전에 (지인을) 장례 주관자로 지정 한다든지, 이런 법률적인 권한이 부여될 수 있는 방법으로…."]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한 사유리 씨를 계기로 가족의 범위를 넓히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삶의 마지막 단계인 장례는 여전히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 머물러 있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이호 최석규/영상편집:박주연
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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