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도봉의 거침없는 집값 상승에는 이유가 있다

입력 2021. 2. 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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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젊은 수요자 대거 유입..재건축‧재개발 이슈에 대형 개발 호재까지 줄 이어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의 대표적 외곽 지역 노원구와 도봉구가 변하고 있다. 서울의 급속한 인구 증가로 1980년대부터 조금씩 아파트들이 지어졌던 이곳은 어느덧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서민들의 보금자리라는 말을 붙이기 머쓱해졌다. 노원구 아파트는 3.3㎡당 평균 매매 가격이 3000만원을 넘었고 도봉구에서는 올해 들어 전용 84㎡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억원을 넘겼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한 이유는 20‧30 젊은 수요자들의 ‘영끌(영혼을 끌어모으다)’과 ‘패닉 바잉(공황 구매)’ 때문이다.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퍼졌고 그 결과 20‧30 젊은 수요자들이 대거 매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교적 여유 자금이 적은 이들이 선택할 최선의 선택지는 중저가 아파트였고 결국 노원과 도봉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노원과 도봉은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아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즐비하고 여기에 바이오 메디컬 산업단지, 서울아레나 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등 굵직한 호재도 예고돼 있어 매매가 강세 계속되고 있다.

노원 22개 단지, 도봉 7개 단지 재건축‧재개발

사실 노원구와 도봉구 집값이 주목받은 것은 수년 전부터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라고 불리며 저평가된 지역으로 꼽혔었다. 이에 따라 최근 2~3년 새 이들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이 꾸준히 올랐고 지난해에는 서울 지역 집값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부동산 리브온의 주택 가격 동향을 보면 노원구는 지난해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21.28%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도봉구 역시 14.68%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노원구와 도봉구로 매수세가 몰리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교통망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노원구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구내에서 총 22개 단지가 재건축을 위한 안전 진단을 진행 중이거나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들 단지들은 1980년대 중반 정부의 신시가지 주택 사업 등으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계주공 2·4·7·9단지, 중계그린 등이 예비 안전 진단 신청을 준비 중이다. 상계주공 3‧11‧16단지, 상계한양, 하계장미 등은 안전 진단을 신청하고 현지 조사를 앞두고 있다.

상계주공 1단지와 상계보람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예비 안전 진단을 통과해 정밀 안전 진단을 추진할 수 있게 됐고 상계주공 6단지는 지난해 8월 예비 안전 진단을 통과해 현재 정밀 안전 진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계주공 5단지는 1월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해 총 996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될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는 재건축뿐만 아니라 재개발 사업도 한창이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에 지정된 상계뉴타운은 현재 1~6구역으로 나눠 사업이 진행 중이다. 상계1구역(1388가구)은 지난해 10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아 오는 3월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고 2구역(2200가구)은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구역은 최근 공공 재개발로 선회해 사업을 추진 중이고 5구역(2237가구)은 현재 사업 시행 인가를 앞둔 상황이다.


노원구의 재건축 열기는 바로 옆 도봉구로 번지고 있다. 창동주공 19단지가 지난해 말 안전 진단을 위한 현지 조사를 신청했다. 총 7개 단지(1만778가구)로 구성된 창동 주공 내 첫 사례다. 18단지와 3단지도 현지 조사를 추진 중이고 1단지와 4단지 등은 재건축을 위한 의견 수렴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등 대형 개발 호재 줄 이어

노원구와 도봉구의 집값 상승 요인에 재개발‧재건축 이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원구 광운대 역세권 개발, 도봉구 바이오메디컬 단지 조성, GTX- C노선 등 굵직한 호재가 여럿 예정돼 있다.

그중에서도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서울시는 광운대역 일대 부지에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하면서 개발을 시도했지만 민간 사업자 공모가 이뤄지지 않아 수년간 답보 상태였고 2017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HDC현대산업개발과 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광운대역과 인접한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삼호3차 전용 59.22㎡(7층)는 지난해 12월 7억9500만원으로 신고가를 새로 썼다. 미륭 51.48㎡(10층)도 같은 달 최고가인 7억16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들 아파트는 지난해 초만 해도 5억원대 후반에 거래됐으니 불과 1년 만에 1억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은 총사업비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동북권 최대 개발 사업이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85의 7 일원 14만8166.1㎡ 규모에 달하는 코레일 소유 철도·물류 시설 용지와 국공유지에 업무·판매, 컨벤션·영화관 등을 포함하는 최고 46층짜리 복합 건물과 주상 복합 아파트 2466가구가 들어선다.

광운대 역세권 인근 정비 사업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월계동 487의 17 일원의 주택 재건축 사업은 최근 사업 시행 변경 인가를 마무리했다. 시공사는 대림건설로 향후 지하 2층~지상 20층, 5개 동, 총 347가구(임대 39가구 포함) 아파트로 새로 지어진다.

도봉구 역시 대형 개발 호재를 품고 있다. 서울 창동차량기지((17만9578㎡)와 도봉면허시험장(6만7420㎡)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서울시와 구의 예정대로라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진행된다. 이 밖에 창동에는 한국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K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를 2024년 1월 개장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또한 창동 환승역 주자창 부지에 최고 49층 규모로 창업·문화 산업 단지인 ‘씨드큐브 창동’도 함께 조성돼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 개발 호재를 품고 있는 노원과 도봉에는 교통 호재까지 이어져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노원구는 당고개역에서 경기 남양주 진접지구까지 이어지는 4호선 연장선이 올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또한 노원구 상계역과 성동구 왕십리역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도 2024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봉구 역시 KTX 동북부 연장과 GTX-C노선 사업 등으로 전국적인 교통망이 갖춰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노원·도봉의 시세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임대차 2법 이후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위주인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부분도 시세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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