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를 방탄용으로 쓰나" 檢소환 불응하는 이성윤 배짱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요청에 불응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한 달 전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운영 및 설치에 관한 법률 25조가 검찰 등 수사기관이 현직 검사의 범죄는 공수처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 3부(이정섭 부장)는 이 지검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가 사건 이첩 요구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혐의를 발견한 시점'이라는 문구의 탓에 사건을 언제 공수처로 이첩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기소 시점''범죄 단서 발견 시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 역시 "사건 인지에 관해 기관마다 견해가 다르고 서로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선발도 안 된 상태에서 사건을 이첩해간다고 해도 당장 수사를 맡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문제는 여권이다. 이 지검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경우 여권이 공수처 이첩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검찰 빅4' 중 3개 보직을 차례로 맡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을 연이어 맡으며 정권을 향한 수사를 막는 방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만큼 보호해야 할 인물인 셈이다. 무리한 이첩을 통해서라도 이 지검장의 체포만은 막겠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9년 6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의 '출금 서류 위조' 사건을 수사하려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가해 중단시킨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당시 안양지청과 대검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지검장에 소환 조사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수사팀은 지난주와 이번 주 초 두 차례에 걸쳐 이 지검장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이날까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통상 체포영장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필요한 구속영장과 달리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에도 청구되지만, 수사팀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검찰 내부도 이 지검장이 공수처 이첩을 염두에 두고 수원지검 소환에 불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 사건으로 조사받은 검사 중 일부는 “공수처로 이첩될 사안”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이를 놓고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 이첩 문제로 다음에 괜한 시비가 걸릴 수 있다는 점이 수사팀 입장에선 부담일 것이다. 이 지검장이 수사팀의 이런 사정을 알고 배짱을 튕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공수처가 친정부 검사들의 비리를 덮는 방탄용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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