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대응 고심.. 韓 "입장 결정된 바 없다" 신중론

홍주형 입력 2021. 2. 25. 19:02 수정 2021. 2. 2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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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엔 北인권결의안 지지 촉구 파장
北정권 의식 공동제안국 소극적
최근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서
"실질적 인권 증진 위해 노력" 언급
외교부 "국제사회와 지속 소통"
韓, 위안부 관련 '보편적 인권' 언급
日 반박하면서 한·일 간 설전 확산
3년 만에 유엔인권이사회에 복귀한 미국이 북한 인권결의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우리 정부는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정권을 의식해 2019년 이후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하에서 북한 인권은 향후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파장이 큰 소재다.

◆北 인권 논의 참여 고심하는 정부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추진과 관련해 정부 입장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필요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1년간 참여했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2019년, 2020년 두 차례 이름을 올리지 않고 결의안에 찬성 의사표시만 했다.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임을 고려한 조치다. 미국이 2018년 6월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한 점도 한몫했다. 정부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며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인권 문제에 무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는 북한 인권과 관련 대외 메시지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의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엔 지난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기조연설엔 없었던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국제사회와의 협력 하에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산가족 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인도적 상황 악화 전체에 대해 포괄적 우려를 표명한 점도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4일(현지시간) 독일 외교부 주관으로 제46차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계기에 개최된 '다자주의 연대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북한 인권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입장과 태도는 북한인권결의안과 같은 단발적 사안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북한인권결의안 등 특정 주제가 거론되진 않았지만, 이날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의 북핵·북한 문제 관련 화상 협의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가 포괄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도 인권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인권과 관련, 정부 입장이 국제사회의 주된 여론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번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최 차관이 언급한 “인도적 상황 악화”는 주로 이산가족 문제나 식량 안보 측면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으로 북한 정권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기조연설이나 다른 고위급 대표들의 발언에서 언급된 “북한에서 계속되는 인권 침해”는 구금 등 신체적 자유권 문제를 포함하며, 북한 정권을 직접 겨냥한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보편적 인권’… 한·일 설전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 문제’로 규정하고, 일본이 이에 반박하면서 한·일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 차관이 전날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인권 문제로 언급한 데 대해 스위스 제네바 주재 일본대표부는 24일(현지시간) 답변권을 행사했다. 일본대표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양국 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비난과 비판을 자제할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최 차관 발언을 비판하며 답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주제네바 한국대표부는 재답변권을 행사하고,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분쟁 속에서 자행된 성폭력이라는 인권 침해이고, 이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고 반박했다. 최영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 차관 발언은 특정 국가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도 이러한 취지를 정확하게 인식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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