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표현의 자유 무게 견디기엔 사회 미성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훼손된 명예, 완전회복 어려워"
형사처벌 폐지 시기 상조 판단
'일부위헌' 4명은 "알권리 중요"
2016년 7:2 합헌 때보다 균형
법조계서도 찬반 의견 엇갈려
하지만 재판관 의견이 5(합헌)대 4(일부위헌)로 첨예하게 갈렸다는 점에서 2016년 7(합헌)대 2(위헌)로 나뉜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때보다 무게추가 좀더 표현의 자유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 “명예훼손 처벌 수단 없으면 인격권 훼손 우려”
헌재는 이날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선고기일을 열고 “문제가 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 정당의 사무총장이었던 A씨는 2016년 당 대변인이었던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상고심 재판을 받던 중 해당 법률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헌재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보다 처벌규정 부재가 가져올 개인의 인격권 훼손 등에 보다 무게를 두었다. 온라인상에서 명예훼손적 표현이 횡행하고 명예와 체면을 대단히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우려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이라는 수단이 없어도 개인의 명예가 보호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로선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는 외국과 달리, 현행 민사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사처벌과 같은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합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자유로운 표현은 보장돼야 하나 진실한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가 무분별하게 허용된다면 개인의 명예와 인격은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4명의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재판관들은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재판관들은 “사실적시에 대한 형사처벌이 국가에 의해 수행되는데 ‘표현의 자유’가 가진 중요한 가치는 국가 및 그 국가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며 “형사처벌의 주체가 감시 대상자가 될 경우 건전한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발에 따라 명예훼손죄 수사가 개시될 수 있게 돼 공적인물과 공적사안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보도를 봉쇄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마저 가능하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명예훼손죄 유무죄 판단의 핵심인 ‘공공의 이익’을 일반 국민이 판단하거나 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당한 표현행위마저 위축될 수 있다”며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사실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헌재 판단을 놓고 법조계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온라인 악플 등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헌재가 바람직한 결정을 내렸다”고 반겼다. 반면,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사실을 말했는데 처벌된다는 건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국민들 직관에도 어긋난다”며 “입법부가 ‘일부 위헌’이 4명이라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수·이희진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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