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모은 예쁜 쓰레기 370kg..화장품 기업에 무거운 경고장
내용물 리필 체계 개선을"
화장품 용기 8000개 수거
시민단체, 기업 전달 예정
[경향신문]
샴푸와 린스, 스킨과 로션을 다 쓰고 나면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할까.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진행한 연구 결과 화장품 용기 90% 이상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유리, 금속, 도자기,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용기는 분류가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쉽지 않다. 다른 재질끼리 접착된 혼종 제품의 경우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샴푸에서 액상 물질을 짜내는 펌프도 안에 든 용수철을 빼내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는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된다.
시민단체들이 ‘예쁜 쓰레기’로 불리는 화장품 용기의 폐처리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도가 높은 용기 제작을 요구하며 기업들에 빈 용기들을 전달하는 ‘화장품 어택’을 시작했다. 녹색연합·알맹상점 등이 참여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 빈 화장품 용기들을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예쁜 쓰레기를 책임지라”며 기업들에 재활용이 쉬운 용기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행동은 지난 5~21일 전국 86개 상점을 통해 빈 화장품 용기를 수거했다. 서점, 카페, 게스트하우스, 필라테스학원, 화장품 리필상점 등이 동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2주간 370㎏에 달하는 8000여개의 빈 용기를 두고 갔다. 시민행동은 다음달 예정된 2차 화장품 어택 행사 때까지 빈 용기를 더 모아 각 제조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시민행동은 화장품업계가 용기 재질을 재활용이 쉽게 개선하고 내용물 리필 체계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지은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는 “부피가 크고 구조가 단순한 샴푸, 린스, 보디워시 등은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바꿔 분리배출할 수 있게 하고, 부피가 작은 화장품은 기업에서 책임지고 회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유통마트, 헬스앤드뷰티 스토어, 화장품브랜드숍 등에서 회수 채널이 다양하게 운영돼야 한다. 구매뿐 아니라 반납도 쉽게 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소비자들이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용이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당국이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달 24일 시행되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는 식품·음료·화장품 포장재 등의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급을 표기하도록 하지만 예외가 있다. 환경부가 지난 24일 ‘생산자가 포장재 자체 회수 체계를 갖춰 포장재 회수율이 2023년까지 15%,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수 있다고 환경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 등급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행정예고를 한 것이다. 재활용이 어려워도 회수율을 충족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급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시민행동은 “환경부는 등급 표시 기준에서 ‘적용 예외’를 철회하고, 업계는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용기에 있는 그대로 상황을 적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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