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야권에 "좌파·빨갱이 빼고 말하는 법부터 배워라"

성지원 입력 2021. 2. 26. 00:03 수정 2021. 2.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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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포럼 '여당을 이기는 전략' 강연
"팩트를 가지고 합리적 비판해야"
신현수 수석 사의 사태 등 놓곤
"대통령 꼭두각시로 놓고 국정농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5일 보수 인사 모임 ‘마포포럼’ 에서 ‘싸움의 기술, 여당을 이기는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시사포커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5일 보수 인사 모임을 찾아 정부·여당을 향해 “종북좌파가 아닌 그냥 ‘잡것’”이라고 비판했다. “왜 아직도 저들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이나.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지피’가 안 되는 것” 등 보수 야당에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보수 원외 인사들의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일명 마포포럼) 세미나’를 찾아 ‘싸움의 기술, 여당을 이기는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모임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 원외 인사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솔직히 저는 지금 이 정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진 전 교수는 “이 당은 지피지기 중 ‘지기’, 즉 자기 객관화 능력이 없다.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으로 착각하고 중도층 생각을 안 하니 막말이 터져 나온다”고 비판했다.

강연 중 “상대를 모르고 엉뚱한 곳을 공격한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 저들은 그냥 잡것”이라고 표현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입에서 그놈의 좌파, 빨갱이, 사회주의 같은 표현을 떼고 말하는 법부터 배워라”며 “저들은 좌파가 아니라 그냥 잡것인데, 엉뚱한 데 융단폭격을 하다 보니 제대로 된 비판이 안 되고 저 사람들을 아프게 하질 않는다. 팩트를 가지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강에 전선을 쳐야지 왜 낙동강에 전선을 치나. 정치적 메시지의 수신인 범위를 좁히는 워딩을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대안을 제시할 때 프레이밍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좋은 예’로 들었다. 진 전 교수는 “바둑의 천재는 중국의 커제도, 이세돌도 아닌 바둑판을 발명한 사람”이라며 “저쪽에서 판을 잘 까는 사람은 이재명이다. 기본소득(이슈를) 확 던지고 깔아놓으니 누가 찬성이든 반대든 해야 하고 그 판 위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되든, 안 되든 이 지사는 잃을 게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 지사의 핵심 노선인 기본소득을 놓고 이낙연·정세균·임종석·김경수 등 여권 대선주자뿐 아니라 유승민·원희룡·홍준표 등 야권 대선주자까지 논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진 전 교수는 “저들은 강성 지지층을 흥분시켜야 해서 항상 새로운 적을 개발한다”며 “그들 프레임 안에 들어가면 진다. 저들이 어떤 속셈으로 어떤 프레임을 까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검찰 인사를 놓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여권 내 이견이 표출된 데 대해선 “대통령이 그냥 ‘핫바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제가 볼 땐 이 나라 어느 단위에서 국정농단을 하고 있고, 대통령은 ‘노(No)’라고 못하고 끌려가고 있다. 대통령은 꼭두각시로 세워놓고 그냥 자기들이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4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시대는 지났다”고 한 예를 들며 “그 말 듣고 ‘와, 대단하다’ 싶었다. 막가고 있다”고 했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대선 출마에 뜻이 있다면) 지금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7월까지가 총장 임기인데, 이걸 채우는 것보다 ‘이건 아니다’라는 신호를 확실히 주는 게 그림도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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