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왜 적나" "스톡옵션 지금 팔면 되나"

박건형 기자 2021. 2.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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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청문회'에 선 이해진·김범수
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25일 오후 2시. 네이버 직원 3000여 명이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사내 행사 ‘컴패니언 데이’에 이해진 창업자와 한성숙 대표,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등장했다. 성과급,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성과 보상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는 네이버 직원들의 요구에 이해진 창업자가 직접 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사전에 받은 질문만 220개였고, 2시간여에 걸쳐 채팅창에도 직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네이버와 같은 시각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행사를 열었다. 김 의장은 최근 밝힌 5조원 규모 주식 기부에 대해 설명하고, 최근 카카오 내부에서 논란이 된 근무 평가 기준과 성과급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행사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최대 동시 접속자가 5600명이나 됐다.

◇이해진 “직원 스톡옵션 행사 기쁜 일”

이 창업자는 “올해 진심으로 가장 기쁜 일은 직원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성과에 대해, 처음으로 스톡옵션을 통해 주주뿐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나누게 된 점”이라고 했다.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감안해 곧 스톡옵션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그해 첫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들은 오는 27일부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1인당 예상 차익이 19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창업자의 발언은 많지 않았고, 직원들의 질문에는 주로 한성숙 대표와 박상진 CFO가 답했다. 질문은 논란을 빚었던 성과급 지급 기준을 비롯해 사내 복지와 네이버 주가, 세금 등 보상과 관련된 사안에 집중됐다.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달라” “주택자금 대출을 확대해달라” “스톡옵션을 언제 행사하는게 좋으냐” 같은 내용이었다. 한 대표는 “복지 혜택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해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성과급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데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이 결실을 보기까지 매출로 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징”이라며 “스톡옵션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회사의 성장을 주주와 사원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익명 게시판 등에는 “속 시원한 답이 없었다”는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 노조도 간담회 직후 “회사 측의 일방적인 입장 전달 외에 어떤 것도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질문 중에서도 유리한 것만 골라서 답했다”며 비판했다.

한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TV로 진행된 행사에서 최근에 논란을 빚었던 직원 따돌림 문제에 대해 “카카오 내에서 절대로 누구를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원론적인 선을 넘지 않는 답변들이 이어졌다. 성과급에 대해서는 “최고의 인재에겐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면서 “경쟁사보다 보상이 적다면 빨리 개선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이 성과급과 평가 기준에 대한 말을 아끼자 지켜보던 직원 상당수가 시청을 중단하고 퇴장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다음 달 2일 김범수 의장이 다시 온라인 행사를 열어 평가 제도와 직장 내 따돌림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불만은 곧 이직…인재 유출 막아라

IT 업계에서는 이날 두 창업자가 직원들 앞에 직접 나선 것은 누적된 불만이 자칫 대규모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최근 3년간 1900명이 새로 입사했다. 성장세 때문에 직원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퇴사한 직원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은 물론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개발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 개발자 중에서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기업에서 경험을 쌓아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초기 멤버로 합류하는 게 인생 목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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