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원채인권상 박지현·정창옥·지성호 수상

조정진 2021. 2.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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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남북함께국민연합 창립 1주년 세미나 겸 시상식
제2회 한원채인권상을 받은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 정창옥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 지성호 의원(왼쪽부터)
영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운동가 박지현(52)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신발열사’ 정창옥(58)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긍정의힘 단장), 그리고 국민의힘 지성호(43) 의원이 제2회 한원채인권상을 수상했다.

22일 창립 1주년을 맞은 북한인권단체 남북함께국민연합(상임대표 김태산·이완영)은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거구장) 오크홀에서 창립 기념 세미나에 이어 제2회 한원채인권상 시상식을 가졌다.

한원채인권상은 아내와 세 자녀 등 다섯 가족과 함께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북송 3일 만에 고문사한 한원채(韓元彩, 1943∼2000)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한원채인권재단(이사장 한봉희)이 북한인권 운동가에게 주는 상이다. 제1회 한원채인권상은 김태희 탈북민연대 대표와 세계일보 조정진 논설위원이 수상했다.
제2회 한원채인권상 상패
한원채 선생은 3번째 북송 직전 자녀에게 “저 어둠의 세계, 북조선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북녘 주민 모두가 자유를 찾고, 노예에서 해방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내가 대한민국에 못 가더라도 이 글만은 반드시 출판되어 북조선 사람들이 김일성 부자의 잔인한 독재체제에서 얼마나 많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얼어 죽고, 맞아 죽고, 신음하며 살고 있으며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말씀을 남겼다. 선생의 세 자녀는 이 원고를 담보로 받은 책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행복에너지) 선인세로 2001년 한국에 입국했다.

이날 시상식은 세 명의 수상자 모두 대리 수상으로 진행됐다. 박지현 대표는 영국에 거주하는 관계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형수 징검다리 공동대표가, 정창옥 대표는 지난해 7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투척한 게 괴씸죄에 걸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라 긍정의힘 전지영 사무총장이, 강원도 1박2일 출장 중인 지성호 의원은 박영철 비서관이 대리 수상했다.

주최 측은 “수상자 세 분 모두 북한 인권 신장과 통일 운동에 지속적인 관심과 특별한 실천 등 숭고한 헌신을 해온 게 평가됐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수상자 프로필과 업적들이다.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가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인 강제북송 중단을 요청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북한 인권실태 폭로…5월 영국 지방의회 선거 출마

◆제2회 한원채인권상=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

196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출생한 박지현 대표는 수학 교사를 하다 1998년 2월 삼촌의 아사를 목격한 직 후 아버지의 권유로 남동생과 탈북(1차)했다. 알코올·도박중독자인 중국 남성한테 5000위안(약 85만원)에 매매혼을 당해 아들 1명을 낳았다.

2004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박 대표는 청진시 송평 노동교화소에서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중노동에 시달리다 파상풍에 걸려 석방됐다. 당시의 경험에 대해 그는 “지옥 같은 생활이 시작됐다. 새벽 4시30분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해 질 때까지 노동이 계속된다. 여름철에는 저녁 8~9시까지 일한다. 야간에는 노동당 규약을 외우고, 노래를 자정까지 배운다. 주로 맨손으로 산을 골라 계단식 밭을 만들고, 더러운 화장실을 맨손으로 청소하는 일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쟁기를 끌기도 했다. 먹을거리가 부실해 모든 사람이 굶주렸다. 심지어 들쥐나 뱀, 풀뿌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고 증언해 서방 세계에 충격을 줬다.

2005년 재탈북(2차)한 박 대표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자청해 기어코 아들을 찾은 후 몽골행을 시도하다 베이징에 은거 중 2008년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망명했다. 영국 맨체스터 베리시에 정착한 박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며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탈북민 영어 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영국에 탈북민주민센터를 열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영국에 무사히 안착 했을 때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 그러나 주민들은 매우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나는 감격에 젖어 울고 또 울었다. 북한에서는 이런 환영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영국 사람들이 나를 대해 주는 게 마치 고향에 되돌아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셨다.”
한원채인권재단 한봉희 이사장(왼쪽)과 김태희 탈북민연대 대표(오른쪽)가 박지현 대표 대리 수상자인 김형수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 대표는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서 여성 인신매매와 최초로 무국적 아동에 대한 증언을 시작으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최초로 탈북여성 인신매매에 대해 가해자 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했다.

2015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제작 다큐 ‘또 다른 인터뷰’ 출연과 BBC뉴스, 스카이뉴스, 아이TV, 채널4, 프랑스24, 중동TV 등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 언론과의 인터뷰와 증언을 통해 참담한 북한 인권의 실상을 폭로했다.

2016년에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집권 보수당에 입당했고, 2017년 북한인권단체 ‘징검다리’ 공동대표를 맡아 탈북 여성과 북한 아동 인권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추천한 영웅 30인에 선정되기도 한 박 대표는 2020년 국제엠네스티 영국지부가 수여하는 인권상 ‘엠네스티 브레이브 어워즈’를 수상했다. 엠네스티는 박 대표가 “북한 주민이 고문과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위해 인권 운동을 하고 있으며, 영국에 있는 북한 난민들이 삶을 재건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지난해에는 영국 정착 탈북인들과 함께 마스크 7000장을 만들어 현지 양로원에 기증해 BBC방송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오는 5월 영국 지방의회 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맨체스터 베리시 홀리루드 선거구 구의원)가 확정된 박 대표는 “영국 사람들은 이 땅에 온 저를 환영해 줬고 덕분에 저는 자유를 찾았다. 이에 보답하고 싶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겠다. 자유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느낀다. 일당독재인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지명한 단일후보만 선거에 나올 수 있다. 이기든 지든 보수당에서 계속 지역사회와 난민을 위해 주민들과 노력할 것이다. 북한은 내 과거 삶, 가족과 친구 등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영혼까지 죽이진 못했다. 이것이 악과 싸우는 이유이고,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는 감동적인 출마의 변을 내놓왔다.

박 대표는 수상 후 카톡을 통해 “한원채 선생님 유지를 받들어 노예공화국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 내고 싸우겠다”는 소감을 보내왔다.
정창옥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가 북한인권 퍼포먼스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 인권 퍼포먼스·시위·단식…행동하는 인권운동가

◆제2회 한원채인권상=정창옥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긍정의힘 단장)

1963년 전남 광양에서 출생한 정창옥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는 뮤지컬 배우 출신 연출가이자 사회사업가이다.

1981년 순천매산고를 졸업하고 영국웨일즈대학교 한국분교에서 수학(2년)한 정 대표는 무대 공연 중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배우 활동을 중단한 후 보호자 없이 탈북한 청소년을 포함해 가정폭력·학교폭력·성폭력에 희생 돼 가출한 위기 청소년들을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긍정의힘’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긍정의힘은 일정한 나이가 차면 내보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정부 지원 한 푼 안 받으며 수백 명의 위기청소년들을 춤과 노래를 곁들인 뮤지컬로 훈육하는 독특한 교육체계를 갖춘 대안교육시설이다. 경기도 안산에는 정 대표가 남자 청소년들을, 서울 송파에는 정 대표 아내 조모 씨가 여자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정창옥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투척한 혐의로 구속돼 19일 구속적부심을 위해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정 대표는 KBS 제작지원국 근무를 시작으로, 5·18민주화연대 청년위원. (사)환경실천연합회 사무총장, 시화호송전탑 철거 100만명 서명운동 사무국장, 전국상가연합회 사무총장, 사회정의실천연합 대표, 문재인퇴진시민운동 공동대표, 가출청소년인권회복추진위원장, 세월호반대화랑시민행동 대표를 역임했고, 2010년께부터 북한인권행동 공동대표를 맡아 탈북인들이 인권문제로 괴롭힘 당하는 곳은 전국 어디든 마다 않고 찾아다니며 도왔다.

2019년 서울에서 한모 씨와 김모 군 모자(母子)가 굶어 죽는 비극이 발생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안산과 서울을 오가며 탈북인들의 인권 개선과 생존보장 운동에 힘을 써왔다. 그해 9월 21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청와대 앞까지의 장례행렬 때는 ‘자유 대한민국은 죽었습니다’라고 쓴 손푯말을 들고 3시간 가까이 꼼짝 않고 서 있어 국내외 사진기자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그해 11월 탈북 청년 두 명이 동해로 한국 영해까지 들어왔다가 문재인정부에 의해 강제로 북송됐을 때는 통일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탈북인들과 함께 100일 간의 릴레이 단식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2020년 2월 단식에 동참한 남북한 출신 인권운동가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아 북한인권 퍼포먼스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를 기획해 서울 광화문과 강남사거리, 경기 안산을 오가며 수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앞서 논픽션 청소년 뮤지컬 ‘민들레영토’를 연출·제작해 무대에 올렸고, 가출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하는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힐링콘서트’도 8년 동안 진행했다.

2020년 7월 16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 개원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투척하며 “문재인은 자유대한민국을 당장 떠나라. 가짜 인권, 가짜 평화”라고 외치다 체포됐으나 3일 후 구속적부심에서 ‘구속 사유가 안 된다’며 풀려났다.

당시 정 대표는 영장실질심사 판사한테 “만일 신발투척 퍼포먼스 당사자가 구속된다면 그 재판부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헌법적 가치를 버린 종북좌파의 충견”이라고 비판했고, 영장판사를 향해서는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라면서 영장기각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광복절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국민대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 중 경복궁역 4번 출구 통의파출소 근처에서 경찰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체포 돼 2월 말 현재 7개월째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정 대표는 진술을 통해 “7월 16일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할 때 다친 오른팔을 깁스한 상태로 청와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경찰 10~15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체포 됐을 뿐”이라며 “내가 믿는 하나님께 맹세코 나는 경찰을 폭행하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 대표는 24일 서울구치소로 면회 간 지인을 통해 “북한 인권을 위해 이렇다 할 큰일을 한 것도 없는 저에게 이런 의미 있는 상을 줘서 감사하다. 상을 만들고 지속해서 시상하는 한원채인권재단 한봉희 이사장님을 비롯한 남북함께국민연합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출소하면 더 열심히 북한인권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제2회 한원채인권상 특별상’ 상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북한 정권 실상, 야만적 행태 알리고 법·제도 정비 앞장”

◆제2회 한원채인권상 특별상=지성호 국회의원(국민의힘)

1982년 두만강가 탄광촌인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한 지성호 의원은 300만명이 굶어 죽던 고난의행군 시절인 1996년 3월 생활고에 석탄을 훔치다 열차 바퀴에 깔려 왼손과 왼쪽 다리가 절단됐다. 장마당을 전전하며 구걸하는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탈북 직전까지 중국을 오가며 페인트용 생석회 장사를 통해 어느 정도 돈을 벌었다. 불법 월경 사실을 보위부에게 들켜 번 돈을 대부분 빼앗기고 고문도 당했다.

중증 장애를 가진 몸으로 2006년 4월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 탈북했다. 목발을 짚은 상태로 버스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국경을 거쳐 중국→라오스→미얀마→태국→태국주재 한국대사관 등 약 6000km를 이동해 그해 7월 새로운 조국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2009년 동국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이듬해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를 설립해 북한이탈주민 수백 명을 구출했다. 이후 제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중구협의회 청년분과 운영위원장, 제18기 민주평통 종로구협의회 청년분과 위원장,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7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법학(형사법)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 자유포럼 증언, 2017년 ‘불의에 맞서 싸운 용감한 사람’으로 선정돼 미국 옥시데이(OXI DAY)재단이 수여하는 ‘커리지 어워드(COURAGE AWARD)’를 수상했다.

2018년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에 초청되어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목발을 높이 들어 인사하는 등 북한인권활동가로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었다.

2018년에는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이 수여하는 ‘민주주의상’을 수상했고, 미국 국무부 차세대지도자과정 IVLP(International Visitor Leadership Program)을 수료했다.
한원채인권재단 한봉희 이사장(왼쪽)과 김태희 탈북민연대 대표(오른쪽)가 지성호 의원 대리 수상자인 박영철 비서관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년 제21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 돼 탈북인 3명을 보좌진으로 채용하고, 의원실을 탈북민 권익 향상을 위한 ‘북한이탈주민권익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2월 9일부터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해 북한 김여정의 하명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과 북한인권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어 놓고 귀국했다.

현재 제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민의힘 북한인권탈북자납북자위원장과 북한인권및탈북자·납북자위원회 위원장, 약자와의동행위원회 현장동행분과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성호 의원은 “목숨을 바쳐 북한 정권의 잔인한 독재체제를 알리기 위해 투신하신 한원채 선생님의 숭고한 뜻을 이어 받을 수 있어 큰 영광”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북한 정권의 실상과 야만적 행태를 알리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데 힘쓸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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