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자식 같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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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로서 회사를 어떻게 여기는지를 자주 질문받곤 한다. 비록 자녀가 없긴 해도, 감히 회사를 “자식같이 여긴다”고 표현한다. 물론 질문자는 내 자녀 사정을 잘 모르기에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수긍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알고 있다. 내가 앞서 회사를 매각했던 창업자란 사실을. 그렇다면 나는 자식 같은 존재를 팔아 넘겨온 사람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사실 “회사를 자식같이 여긴다”는 말에 ‘소중히 아낀다’는 의미만 담긴 것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 ‘회사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창업자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많은 창업자가 회사를 자기 그 자체로, 혹은 분신쯤으로 여긴다. 그리고 자신을 투사한 회사를 더 거대한 존재로 만들고자 한다.
그런 욕망이 제법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임직원과 주주,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는 무언가이다. 회사가 점차 성장할수록, 한 개인의 개성만을 투영하기엔 더 공적인 무언가로 변해간다. 사회주의스러운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주주자본주의에 충실하더라도, 회사는 한 개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에 창업한 회사는 자식 같다. 자식은 부모를 뿌리로 두지만 부모의 복제품은 아니다. 부모의 손길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지만, 마침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자식은 어느 시점에서 독립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다. 부모는 그 과정을 도울 수 있지만, 자녀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녀 자신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관계는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을 통해 부모의 욕심을 채우려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알고 있다. 창업자와 회사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자식 같은 회사를 경영한다. 셋째는 잘 크고 있지만, 미래는 나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부모가 품을 마음을 감히 나도 품어본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떳떳이 자리 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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