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洪부총리, 지금이 사표 쓸 때
“이제 와서 그것 가지고 사의 표명했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 11월 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당의 반대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무산되자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지난해 기재부 직원들은 홍 부총리가 여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나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늘리자고 할 때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결국엔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다.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하나 잘라야 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식 양도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나는 이 일로 사표를 냈다”고 공개하기까지 했다.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는 크게 봐서 경제정책의 수립, 세금 제도의 개선, 예산 편성 등 세 가지 일을 한다. 대중의 인기를 의식하는 정치권의 요구로 세제의 일관성이 흔들린 것도 홍 부총리로서는 분노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간 홍 부총리가 예산편성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측면에서 놓쳐버린 수많은 것에 비하면 무게감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 경제부총리를 ‘곳간지기’라고 표현한다. 나라의 재정을 잘 지켜내 국민이 빚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홍 부총리의 역할이다. 저출산·고령화 결과로 ‘만성 재정 적자’에 시달릴 미래 세대를 위해 최대한 나랏돈을 아껴서 넘겨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 부총리가 사표를 던질 때는 바로 지금이다. 현재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들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려고 하고 있다. 토목 사업 등이 경제성 있는지를 따져보고 사업 착수 여부를 정하는 절차를 입법을 통해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한 번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 국회에서 이러한 시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입법을 통해 나라 곳간에 ‘뒷문’을 만들려는 시도를 두고도 침묵한다면 곳간지기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국민 세금인 나랏돈을 어떻게 쓸지 결정할 때 국회와 정부는 서로 견제해야 한다. 헌법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심의해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불필요한 사업 예산은 삭감한다. 정해진 한 해 예산보다 돈을 더 쓰려면 정부는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을 제출해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헌법은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넓게 보면 국회가 돈을 더 쓰려고 폭주할 때 정부가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서울·부산 시장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나랏돈으로 선심을 쓰겠다고 할 때 홍 부총리는 자리를 걸고 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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