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밀수 5년새 22배로 폭증.. 불법유통 범죄 조직 등 사회적 비용도 감안해야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1. 2.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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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담뱃세 더 올려 흡연율 낮춘다?

미국 뉴욕시엔 허드슨강 건너 뉴저지에 가서 담배를 사다 피우는 애연가들이 적지 않다. 담배 가격 차이 때문에 왕복 3시간이 족히 걸릴 수 있는 이런 수고를 감내한다. 뉴욕은 담배 한 갑의 평균 가격이 10.5달러(약 1만1600원)인 반면, 뉴저지는 7.9달러(약 8700원)다. 여러 보루를 사오면 남는 장사다. 심지어 한국 유학생들 가운데는 한국의 지인에게 부탁해서 담배를 우편으로 배송받아 피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픽=김성규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14년 담뱃세를 크게 올렸다. 2500원이던 담배 가격이 4500원으로 뛰었다. 문제는 한 갑에 1000원가량인 중국의 담배와 한국 담배 사이에 큰 가격 격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얻으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담배를 밀수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금이 안 붙는 수출용 담배를 몰래 국내로 들여와 되파는 범죄도 일어난다. 관세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담배 밀수 적발 건수는 2014년 88건이었다가 2015년 593건으로 크게 늘었고 2017년 1000건에 이어 2019년 2000건을 넘어섰다.

싼 곳에서 사다 비싼 곳에서 팔아 이윤을 남기는 행위를 아비트라지(arbitrage·차익 거래)라고 한다. 차익 거래는 장사의 기본 원리이다. 장기적으로 차익 거래는 지역 간 가격 수렴을 가져온다. 싼 곳에서 물건을 사다가 비싼 곳에다 물건을 많이 팔면 팔수록, 싼 곳은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올라가고 비싼 곳은 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이나 관세 때문에 가격 차이가 생겨나는 경우는 다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정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는 가격 수렴이 일어나지 않는다. 단, 몰래 일어나는 불법적인 차익 거래가 실질적인 가격 수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부는 최근 담배 가격을 8000원까지 높이는 담뱃세 인상안을 언급했다. 국민 건강 증진이 명분이지만, 부작용의 가능성도 더 커졌다. 한국과 중국의 담뱃값 격차가 더 커지고, 이에 따라 밀수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몰래 들여온 담배가 싼 가격에 불법으로 유통되면서 흡연율이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밀수가 늘면서 불법 유통망 운영을 하는 범죄 조직이 커지고 이로 인한 범죄 증가가 치안 약화와 경찰력 강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차익 거래는 무역을 원활히 하고 국제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자유 시장경제에서 ‘돈의 흐름’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세금 인상 같은 인위적 가격 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익 거래는 상당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담배 끊는 일만큼,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계획 또한 말보다는 실행이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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