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정권 불법 수사한다고 검찰 없애는 法 만든다는 與

조선일보 2021. 2. 2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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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 검찰개혁TF 위원장으로 검찰 수사권 폐지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고, 박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당론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25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내주에 발의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검찰을 없애는 법인데 이를 6월 중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설마' 했는데 정말 사람 잡을 태세로 가고 있다.

검찰은 그 존재가 헌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기관이다. 수사와 인신 구속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검찰은 남은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모두 빼앗기고 2000명 넘는 검사가 일시에 껍데기가 된다. 이 정권은 “검찰이 잘하는 특수 수사로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게 검찰 개혁”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마저 빼앗아 법무부 산하 수사청에 넘기자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주요 수사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선진국들은 수사·기소권이 분리돼 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독일·프랑스·일본은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며, 미국도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이 법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생각해도 너무 무리한 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발하자 꼬리를 내렸다. 이후 청와대는 아무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동조하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은 “(수사권 폐지를)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건 윤석열 총장이나 검찰이 해온 행태 때문”이라고 했다. 그 ‘행태'는 두말할 것 없이 이 정권의 월성 1호 경제성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조국 파렴치 등 정권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다.

정부는 애초 검찰 수사팀을 학살 인사하고, 윤석열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정권 검사들을 정권 수사 방탄용으로 심었다. 그런데도 월성 1호 조작 수사가 계속되자 아예 검찰을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공청회에선 “검찰 건물도 없애버려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윤 총장 등 검사들이 모든 정권 불법 수사를 포기하면 검찰폐지법은 당장 없던 일이 될 것이다. 검찰 없애는 법을 주도한 의원들은 하나같이 불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검찰을 위협한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나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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