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뿌리가 엔카?.. 反日 감정이 만든 편견입니다"

나윤석 기자 2021. 2.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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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의 '재즈 트로트'부터 임영웅의 '발라드 트로트', 송가인의 '국악 트로트'까지. 트로트의 포용력과 흡수력은 요즘 말로 '갑'입니다.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하는 '아메바'처럼 변신을 거듭한 덕분에 '왜색(倭色)'이라는 낙인과 천대에도 살아남아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게 아닐까요."

일제강점기 대중가요 풍경을 복원한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을 쓰고,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낸 음악사학자 장유정(49·사진) 단국대 자유교양학부 교수가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따비)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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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펴낸 장유정 교수

興많고 恨많은 한국인 정서엔

감정 쏟아내는 트로트가 제격

엔카와 비슷한 시기 탄생했을뿐

韓전통장단 기반으로 변신 거듭

트로트는 촌스럽다 여겼는데

대중음악 공부하다 쏙 빠졌어요

“심수봉의 ‘재즈 트로트’부터 임영웅의 ‘발라드 트로트’, 송가인의 ‘국악 트로트’까지…. 트로트의 포용력과 흡수력은 요즘 말로 ‘갑’입니다.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하는 ‘아메바’처럼 변신을 거듭한 덕분에 ‘왜색(倭色)’이라는 낙인과 천대에도 살아남아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받는 게 아닐까요.”

일제강점기 대중가요 풍경을 복원한 ‘오빠는 풍각쟁이야’ 등을 쓰고,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낸 음악사학자 장유정(49·사진) 단국대 자유교양학부 교수가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따비)을 펴냈다.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치밀한 자료 검증을 통해 ‘트로트의 뿌리는 일본 엔카(演歌)’라는 편견을 바로잡는다. 장 교수는 “지난해 1~3월 ‘미스터트롯’이 감염병 바이러스로 불안에 떠는 국민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서둘러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 속 가사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처럼 트로트가 무엇인지 제대로 듣고 싶어 24일 문화일보에서 장 교수를 만났다.

“트로트의 폭발적 인기 요인으로 장르의 다양성과 함께 ‘서사성’을 꼽고 싶어요. 영탁의 ‘막걸리 한 잔’을 들으면 누구나 자식을 낳고서야 뒤늦게 아버지를 이해하는 화자에 공감할 수 있죠. 노랫말이 지닌 서사에 가수·시청자의 서사까지 어우러지며 ‘눈물과 웃음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죠.” 장 교수는 나를 대신해서 울고 웃어주는 듯한 ‘감정 과잉’의 창법도 트로트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흔들고 꺾으며 노래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창법이 흥도 많고 한도 많은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말로는 ‘음악은 역시 클래식이지!’라고 고상한 척해도 노래방에선 이미자나 송대관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많은 것 역시 감정을 쏟아내기에 트로트만 한 음악이 없기 때문입니다.”

책은 ‘트로트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1964년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가 크게 히트했을 때 가요계 안팎에서 ‘왜색’ 시비가 불거졌다. 당시 일부 연구자들이 ‘트로트는 일본의 전통음악인 엔카와 같은 갈래’라며 비판에 앞장섰다. 하지만 장 교수는 “엔카는 일본의 전통음악도, 트로트의 뿌리도 아니다”고 말한다. “엔카와 트로트가 갈래명으로 정착된 것은 각각 1960년대, 1950년대입니다. 일본에선 1920~1930년대 재즈를 비롯한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아 출현한 ‘류코카(流行歌)’가 세월이 지나 ‘엔카’로 발전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류코카와 서양음악을 받아들여 한국의 대중음악이 만들어졌고요. 엔카와 트로트는 비슷한 시기 일본과 한국에서 탄생한 대중음악이 각기 다른 갈래로 발전한 음악입니다.” 장 교수는 초창기 트로트가 ‘2박자에 5음계’를 기본으로 하는 엔카의 특징을 지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한국 대중음악 최초의 히트곡인 ‘황성의 적’은 2박자가 아니라 우리 전통 장단과 통하는 3박자”이며 “5음계는 일본의 전통음악뿐 아니라 동아시아는 물론 서양의 민요에서도 두루 발견되는 음계”라는 것이다. “일본 대중가요의 영향을 받았으나 우리식으로 토착화한 것이 트로트입니다. ‘서편제’에 나오는 판소리의 한은 전통의 한이고 트로트의 한은 왜색의 한인가요? 트로트가 ‘왜색의 노래’라는 편견에 시달린 건 지식인들의 엘리트 의식과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장 교수는 ‘노래하는 대중음악사학자’로 알려져 있다.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대학가요제 예선에서 ‘똑’ 떨어지고 나서 “노래를 할 수 없다면 노래를 연구하자”고 결심했단다. “트로트에 주목한 이유는 명색이 대중가요를 연구한다면서 초창기 대중가요인 트로트 역사를 정리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어릴 땐 트로트를 촌스러운 ‘뽕짝’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자료를 읽고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트로트가 마음에 ‘훅’ 들어오더라고요. 농담을 곁들이자면 이제는 임영웅을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심(?)으로 트로트 관련 예능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니까요. 그러니까 이 책은 어느 학자의 ‘편견 탈출기’이기도 합니다.(웃음)”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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