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JTBC

[기동취재] 배달 '갑질 아파트' 답변이 왔습니다.txt

이예원 기자 입력 2021. 02. 26. 15:10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기동취재] 배달 '갑질 아파트' 답변이 왔습니다.txt

이달 초 뜨거웠던 이슈 중 하나는 이른바 '갑질 아파트' 였습니다. 배달노동자들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하거나 헬멧을 벗고 신분증을 맡기게 하는 등 과도한 요구를 하는 아파트가 논란이 된 겁니다. 당시 배달 노동자들은 이른바 '갑질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었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팀은 3주 전, 배달노동자 세 명과 동행했습니다. 갑질 아파트에 배달하는 현장을 따라 가봤습니다. 실제로 배달 노동자들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었고, 아파트 정문에 오토바이를 세워야 했습니다. 배달 목적지까지 걸어서 20초면 가는 거리에 후문이 있지만, 주민용이라 멀리 떨어진 정문에서 3분을 뛰기도 했습니다.

◆ 관련 리포트
[밀착카메라] 배달노동자가 공개한 '갑질' 아파트 가보니
→ 기사 바로 가기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1049
-

당시 아파트 측의 해명은 이랬습니다.
- "주민들이 냄새난다고 민원을 넣으시니까 어쩔 수 없이 배달원은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게 해요." (마포 A아파트)
- "승강기 탈 때 필요한 방문증 카드를 함부로 가져갔다가 반납을 안 한 적이 있어서 그래요." (용산 E아파트)
- "여기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못 돼요. 외부 손님도 마찬가지예요. (외부 손님도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나요?) 그건 아니고요." (마포 D아파트)
-

◆그 후 3주, 갑질 아파트 딱 1곳이 응답했다

상황이 좀 달라졌을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는 지난 5일, 갑질 아파트 76곳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부당하고 불리한 대우에 대해서 이유와 대책을 설명해달라는 겁니다.

연맹이 답변을 요청한 기한은 오늘(26일)입니다. 오늘 오전까지 6곳이 회신했습니다. 이 중 5곳은 아파트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도보 배달 등의 방침이 부당한 대우가 아니라는 겁니다. 강남의 한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도보 배달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을 보내온 건 단 1곳입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헬멧도 벗게 해 밀착카메라팀도 취재했던 곳입니다. 아파트 측이 지난 23일 보내온 공문을 살펴봤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 제공

먼저 그동안 헬멧을 벗게 요구한 건, 일부 입주민들이 헬멧을 쓴 모습에 위압감을 느꼈다는 민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단지가 크지 않아 오토바이를 세우고 들어가도 큰 불편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헬멧 착용 여부는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했습니다. 입주민과의 상호 신뢰와 배려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땐 잠시 벗도록 권고는 계속하겠지만, 만약 벗기 어렵다면 비상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겠다는 겁니다. 또 단지 내 오토바이 주차 공간을 확보해 조금 더 편하게 배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
물론 배달 노동자들의 요구를 충족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아파트 방침을 검토하고, "배달원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취지를 전해왔다는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겁니다.

◆"갑질 아파트 배달료 인상 검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서비스지부는 3월 중순부터 갑질 아파트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현장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배달 노동자들의 제보를 토대로 추렸던 갑질 아파트 76곳에 직접 방문해 배달 시간과 동선을 정확히 확인하고 부당한 요구가 있는지 조사하겠다는 겁니다.

그중 가장 배달 환경이 열악한 곳에 대해선 라이더들의 서명을 받아 꾸준히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아파트에 대해선 배달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배달료 인상을 바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달 플랫폼 업체들과도 접촉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잊히지 않는 '갑질'의 기억

배달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갑질'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일명 '학원 셔틀도우미 갑질 사건' 입니다. 배달 온 노동자에게 "공부를 잘했으면 배달을 했겠냐"며 막말을 쏟아낸 녹취가 온라인에 공개되며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최근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직접 사과했습니다. 가해자는 사과문에서 "기사님이 입으셨을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느껴져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했습니다.
-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들은 인격을 무시당한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더운 여름에 헬멧을 벗었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던 아파트 주민, 비가 많이 오는 날 우의를 벗게 해 로비에 물이 뚝뚝 떨어지자 눈치를 주던 건물 관리인, 아이가 말썽을 피우자 "말 안 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평생 일해야 해" 라고 하던 아이 엄마까지.

이들은 배달 수수료를 많이 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손쉽게 말하기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와 안전이 중요하다면 배달 노동자를 존중하는 선에서 갖춰달라는 것입니다.

CopyrightsⓒJTBC, All Rights Reserved.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